비행기 ‘문 열림 경고등’ 뜨자 승무원이 문 잡고 운항한 이스타항공

입력 2015-05-28 17:48

지난해 1월 이스타항공 기장 A씨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청주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를 조종했다. 비행기는 이륙 후 주경고등과 후방도어 열림 경고등이 2차례 켜졌다가 꺼졌다. 하지만 A씨는 착륙 후 이 결함을 항공일지에 기록하지 않았다.

A씨가 사건 다음 날 이스타항공 안전보안실에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당시 비행기는 이륙 후 경고등이 들어왔다가 2~3초 후 꺼졌다. A씨는 승무원들에게 해당 도어로 가서 잠김 상태를 확인해보라고 했다. 잠시 후 승무원은 도어 핸들을 다시 잘 잠갔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약 1분 후 다시 경고등이 들어왔고 이번에도 2∼3초 후 바로 꺼졌다. A씨는 승무원에게 청주까지 멀지 않으니 착륙할 때까지 도어 핸들을 잡고 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발지로 회항할 때도 경고등이 켜졌으나 항공기는 문에 테이프만 붙이고 운항하는 등 후속 조치도 부실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국토교통부는 “A씨가 결함사항을 탑재용 항공일지에 기록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7월 A씨의 항공종사자 자격증명(운송용 조종사) 효력을 30일 정지했다. 이후 A씨는 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토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경고등이 켜졌다가 저절로 꺼지자 객실승무원에게 후방 도어를 확인하도록 했을 뿐, 후방 도어 핸들을 잡게 한 상태로 운항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A씨가 국토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보낸 이메일 내용과 사무장·승무원 진술을 종합해보면 A씨의 운항기술기준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항공기가 사건 직후 청주에서 다시 제주로 운항할 때 여전히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제주공항 정비사는 이를 확인한 후 도어 핸들에 가볍게 테이핑만 했다”며 “다시 김포로 돌아온 후에야 이스타항공 정비팀이 정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정비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대규모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국토부의 처분은 적법했다”고 판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