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22명 탄저균 노출… 치사율 80% 이르는데 반입경로도 파악 못해

입력 2015-05-28 20:46
연합뉴스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실험요원 22명이 탄저균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탄저균은 대표적인 생물무기 가운데 하나로 노출될 경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물질을 주한미군이 왜 들여왔는지 처리 과정은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 측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27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표본의 노출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신중한 예방조치를 실시했다”며 “현재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는 요원은 없다”고 밝혔다. 탄저균 표본이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의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훈련 실험실 요원들 훈련에 사용됐으며, 훈련요원 22명은 감염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문제의 탄저균 표본은 유해물질 관리팀이 즉시 시설물을 차단하고 응급격리실에서 처분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탄저균 실험과정과 폐기처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자칫 실험요원뿐 아니라 기지 내 장병들과 민간인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제대로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이 탄저균을 들여온 것은 일단 북한의 생물무기위협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탄저균에 대한 제독능력을 높이고 탄저균 백신 개량을 위해 ITRP에서 배양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해 탄저균 백신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정기간이 지나면 페기하고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온난화 현상 등 기후변화에 따라 탄저균의 내성도 강해지고 있어 이에 대비한 실험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설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소 소속 전문가는 “미군은 북한의 생물학무기 위협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생화확전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유사시를 대비해 생물무기를 자체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탄저균 같은 위험한 물질이 국내로 반입됐지만 안전장치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국방부나 외교부, 질병관리본부는 어떤 경로로 탄저균이 반입됐는지 어느 정도 위험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주한미군이 통보해줬다고 하지만 어떤 내용을 통보했는지 함구하고 있다. 단지 국방부는 “백신은 없지만 탄저균에 대한 항생제는 보유하고 있다”는 해명만 하고 있다.

탄저균은 활성화 상태에서 노출될 경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위협적이다. 따라서 훈련이나 연구 목적으로 전달할 경우 반드시 죽거나 비활성화된 상태로 이동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유타 주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이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옮겨졌고 주한미군에도 전달됐다”고 발표했다. 탄저균은 민간업체가 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