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하루종일 극도의 신경전

입력 2015-05-28 17:56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관련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 문제를 두고 여야간 이견을 보이며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막판 조율을 위해 만난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회의장에서 악수를 한 뒤 서로 다른방향을 보고 있다. 이동희 기자

여야는 28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문제를 놓고 하루 종일 극도의 신경전을 펼쳤다. 새누리당은 “도대체 두 사안이 무슨 상관이냐”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잘못된 정부 시행령을 바로잡는 건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며 맞섰다.

새누리당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맹렬한 대야(對野)공세를 퍼부었다. 전날 심야 마라톤협상에서도 최종타결에 이르지 못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압박을 받는 당 지도부는 “해도 너무한다”며 폭발했다. 김무성 대표는 “세월호법 시행령과 공무원연금법이 과연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러는지 정말 참 기가 막힌 심정”이라며 “지난 6일 한차례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오늘 또 이것에 실패하면 아마 우리 정치권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우리 19대 국회, 이쯤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해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오랜 정치경험을 통해서도 겪지 못했던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요구는 ‘발목잡기’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고 반발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5월 국회의 약속을 연계냐 분리냐 발목이냐(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신뢰를 지켜온 야당에 대한 모독”이라고 새누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우리 당은 두 차례 합의 파기에도 무산 위기에 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다시 살려내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양보를 했다”며 “이젠 새누리당이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도 했다. 시행령 수정과 관련해선 “잘못된 정부의 시행령을 바로잡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이며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를 실질적으로 깨는 일을 하니까 우리가 다른 법안도 이것부터 우선적으로 한 다음에 해야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원내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새누리당 조해진,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한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1과장을 민간인으로 배정하는 것과 특별조사위 활동 기한을 ‘위원회 구성부터 1년’으로 다시 정하자는 기존의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새누리당 역시 시행령 수정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국회법만 먼저 개정하고, 시행령 개정 논의는 6월 임시국회에서 시작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해진 수석부대표는 협상 후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얘기 해보기도 전에 결렬 선언하고 나가버려서 충분한 대화가 안 됐다”며 “야당 측에서 아예 연락도 안 받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나갔는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를 계속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춘석 수석부대표는 “시행령에 대해 진전된 조치가 없으면 오늘 협상도 없고, 오후 2시 본회의 의사일정 합의에 대해서도 전혀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오후 4시부터 양당 수석부대표들과 함께 ‘2+2 협상’을 재개했지만 입장 차이로 인한 진통은 계속 됐다.

여야 지도부는 본회의 개최를 대비해 각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국회 주변 대기’를 주문했다. 그러나 여야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결국 연기됐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