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자동차 영업맨, 돈 받고 황장엽 암살공작 동참

입력 2015-05-28 16:42

북한 공작원의 ‘황장엽 암살공작’에 포섭돼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려 한 50대 자동차 영업사원이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백재명)는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및 자진지원·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박모(55)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28일 밝혔다.

박씨(일명 ‘박 사장’)는 2009년 9월 고교 동창의 소개로 만난 김모(63·수감 중)씨의 사주를 받고 황 전 비서 암살 모의에 가담했다. 김씨는 “중국 쪽에서 ‘오더’를 받았다. 황장엽의 소재를 파악해 주면 사례하겠다”고 박씨를 꾀었다.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했던 박씨는 “국정원 직원 2, 3명과 친분이 있으니 알아보겠다”며 제의를 받아들였다. 김씨는 2000년 6월 마약 제조 ‘기술자’와 함께 밀입북해 현지에서 히로뽕 70㎏을 생산하고, 2009년부터는 북한 공작원의 ‘하부망’으로 활동하다 적발된 인물이다(국민일보 5월 18일자 1·11면 참조). 박씨는 인터넷 검색 등의 방법으로 황 전 비서 거주지와 세부동향 정보 등을 취합해 김씨에게 넘겨주고 1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2009년 11월 “황장엽을 처단하라는 오더가 내려왔다. 할 수 있느냐”고 제의했고, 박씨는 “돈만 주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필리핀 깡패 4명을 불러 처단하고 즉시 해외로 도피시키겠다. 대포차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칼을 쓰려 한다. 최소 2~3개월은 필요하다”면서 경비로 총 10억원을 요구했다. 살인청부업자 입국 및 위장취업 비용, 대포차·대포폰 구입비 등 착수금 2억5000만원의 자금계획서도 작성해 건넸다. 김씨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이를 보고했지만, 공작원이 착수금 축소와 일정 단축 등을 요구해 협상은 몇 차례 반복됐다.

박씨는 그의 ‘사업’ 추진 능력이나 의지를 검증하고 싶다는 북측 요청에 따라 다른 반북 활동가 3명에 대한 암살 계획도 세웠었다. 그러나 황 전 비서가 2010년 10월 노환으로 사망하면서 모든 암살공작은 종결됐다. 박씨는 그동안 공작원이 김씨를 통해 보낸 2500만원을 활동비로 챙겼다. 박씨 집에서는 길이 1m 안팎의 도검 두 자루와 가스총도 발견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