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족들이 밤에 텐트 안에서 숯이나 번개탄 등을 난방용품 대용으로 쓰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해마다 5월에 빈발하고 있다.
28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일가족 5명이 고기를 굽고 남은 숯을 텐트 안에 들여놨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텐트 안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이 병원에 이송된 환자의 42%가 5월에 집중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2013년 5월 8명, 2011년 5월에도 4명이나 발생했다. 모두 일가족이 보온 용품을 준비하지 않은 채 캠핑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텐트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적은 양이더라도 연소되고 남은 숯이나 번개탄을 놓으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몸속에 들어가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어 산소의 운반을 방해해 저산소증에 빠뜨린다.
숯이나 번개탄을 태우고 남은 화로를 텐트 밖에 두어도 위험하다. 연기가 텐트 안으로 새어들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는 색깔이 없는데다 냄새도 나지 않아 미리 감지하기도 어렵다.
손창환 교수는 “일반적으로 난로 등 난방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겨울에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알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5월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낮 날씨가 좋은 것만 인지하고 캠핑 준비를 소홀히 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캠핑장에서 불을 피우고 나서 완전히 소화하고 텐트 안을 환기시키는 게 안전하며, 무엇보다도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텐트 안에서 자거나 쉴 때 구역질, 두통, 어지럼증 등 증상이 발생하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심하면 뇌, 심장, 콩팥 등에 손상을 줘서 나중에 회복되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되면 즉시 텐트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일산화탄소 중독의 진단과 고압산소치료를 위해 119를 불러야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캠핑족 급증…텐트 안에서 숯·번개탄 쓰다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
입력 2015-05-28 15:25 수정 2015-05-28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