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보건당국…메르스 의심 40대 남성 중국 출국 파장

입력 2015-05-28 13:09 수정 2015-05-28 14:54
질병관리본부 제공

“열이 38도를 넘었으면 전염력이 강할 때인데, 그냥 비행기 타게 놔뒀다는 건가?”(yoon****)

“중국에 생화학 폭탄 보냈네”(jojo****)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을 듯…. 대응 시스템이 있기나 한 건지?”(look****)

28일 신종 바이러스 질환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 40대가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건당국의 ‘구멍 뚫린 방역’에 대한 성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각에선 의심 증상이 있음에도 중국 출장을 강행한 당사자의 ‘경솔함’과 ‘무책임’에 대한 비난도 쇄도하고 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세번째 메르스 환자 C(76)씨의 아들이며 네 번째 환자 D씨(46·여·C씨의 딸)의 동생 K(44)씨가 지난 26일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전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국제보건규칙(IHR)에 따라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소(WPRO)와 중국 보건 당국에 알렸다. 이를 통해 진단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도록 했으며 중국 측에 한국 정부가 국내 접촉자들을 추적 조사해 격리·관찰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K씨는 지난 16일 당시 모 병원 2인실에서 아버지를 4시간 가량 문병했다. 해당 병실에는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인 A(68)씨도 함께 입원해 있었다.

K씨는 A씨와 좁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했는데도 질병관리본부는 그를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았고 자가 격리 대상에도 넣지 않았다. K씨는 질병관리본부의 관리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고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중국 출장을 강행했다.

K씨는 사흘 뒤인 19일 발열 등 증상이 발생해 22일과 25일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2차례 응급실 방문시의 체온은 37.7도와 38.6도였다.

응급실 의료진은 K씨에게 중국 출장 취소를 권유했지만 K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때늦은 27일에야 보건당국에 K씨의 진료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K씨가 메르스 밀접 접촉자임을 확인한 질병관리본부는 K씨 부인, K씨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의료진 10명, 직장 동료 180명 중 밀접 접촉자, 항공기에서 K씨 좌·우·앞·뒤 각 3열 사이에 앉았던 승객들을 찾아 추가 전파 막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1명을 놓친 탓에 수백명에 가까운 감염 의심자를 더 찾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K씨는 현재 중국 내 대형 병원에서 1인실에 머물며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 K씨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는 이르면 오늘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K씨가 질병관리본부의 통제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 하고 있다.

yoon****은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에 들어가 있었으면 처음부터 밀접 접촉자로 해서 자가 격리 대상 아니냐? 그런데 증상 생기고도 맘대로 응급실 돌아다니면서 치료 받았다고? ”라고 비판했다.

idea****도 “자가 격리는 커녕 대중 교통이랑 공항도 막 돌아다녔다는 거고 비행기 승무원이랑 승객에 감염자 발생 가능성 있고 이 사람들 귀국하면…검역 구멍 숭숭이네”라고 말했다.

트위터리안 hello***도 “의심 환자 근무지 회사 180명이랑 항공편 탑승 승객들도 추가 추적한다고 발표했는데 그게 제대로 통제가 가능한가요?”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의료진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국 출장을 강행한 K씨에 대한 무책임도 지적했다.

emil****는 “그 사람은 아버지가 생전 첨 듣는 이상한 병에 걸려 누워 계신데 뭔 급한 일이 있다고 출국이야? 돌아다니지 말라면 좀 가만히 있을 것이지”라고 질책했다.

yina****도 “중국 나간 사람 진짜 경솔하고 무책임하다. 더군다나 자기한테 증세가 나타났는데도 가다니”라며 동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