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른 엔저 하락행진… 1달러= 125엔 돌파할까 관심 집중

입력 2015-05-27 21:09

엔화가치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25엔 선을 돌파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엔저 공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어서 국내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7일 일본의 외환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달러·엔 환율이 125엔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이 오랫동안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던 122엔대를 상향 돌파한 것은 유럽 자본이 엔 매도, 달러 매수에 대거 나섰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가파르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스가 장관은 엔저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주요20개국(G20) 합의대로 급격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금의 엔 환율이 급격한 변동에 해당되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시장은 이 발언을 일본 정부가 사실상 엔화 약세 용인을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동안 엔·달러 환율이 상승(엔화가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세계 환율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난 두 달간의 달러 약세 조정이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과 관련해 달러 강세가 이제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에 가까워졌으며 125엔 돌파 여부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05.5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4.5원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화의 상대적 약세가 반영된 탓에 원·엔 재정환율도 장중 900원선 아래로 떨어졌고 899.51원으로 마감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장중 엔·달러 환율이 123엔대에서 주춤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동조 현상을 보여 상승폭을 줄였다”면서 “엔화가 외부 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엔저의 강도가 더 강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엔저 현상이 심화되고 그 여파로 수출에 악영향을 받고 있지만 당국은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수출부진의 요인 가운데 중국의 성장 둔화나 엔화 약세 등이 있다”며 “이런 요인들은 단기간 내에 쉽게 해소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당국의 대응도 쉽지 않다.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원·엔 환율은 달러화를 매개로 한 재정환율로 정해진다. 따라서 원·엔 환율을 통제하기 위해선 달러화를 매도·매수해야 한다.

그러나 달러화가 강세인 가운데 원·엔 재정환율만을 고려해 높은 가격대로 달러화를 매수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의 인위적 시장개입에 우려를 표명한 것도 통화 당국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다.

미국이 무역 상대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해당국 수입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 상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해당 법안이 민주당 다수인 하원을 통과할 지는 불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들의 반발을 우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