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환자가 자신의 혈액으로 만든 면역세포치료제를 투여하면 무병생존기간을 1.5배까지 늘릴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제시됐다.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윤정환·이정훈 교수팀은 2008~2012년 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5개 병원 230명의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소화기학 분야 권위지인 ‘가스트로엔테롤로지(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임상 3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수술, 고주파열치료, 알코올주입술 등으로 종양을 제거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115명에게 녹십자셀에서 만든 면역세포치료제(이뮨셀-엘씨)를 60주간 총 16회 투여하고 추가 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115명)과 치료효과, 안전성을 비교했다.
이 결과 암이 재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존하는 ‘무병생존기간’이 대조군은 30개월인 반면 면역세포 치료군에서는 44개월로 1.5배 가량 더 길었다. 또 치료군은 대조군보다 재발률과 사망률이 각각 37%, 79% 낮았다.
2년 이내 간암 재발률을 보면 대조군이 46%인 반면 치료군은 28%로 집계됐다. 4년 이내 사망률도 대조군 15%, 치료군 4%로 면역세포치료제 투여군에서 의미 있는 감소효과가 관찰됐다.
중대 부작용 발생의 측면에서는 두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간암은 최근 만성 B형, C형 간염 등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널리 이뤄지면서 조기에 발견되는 추세지만, 완치 후에도 재발이 매우 흔한 게 가장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수술, 고주파열치료, 에탄올주입술 등의 치료를 받더라도 간암의 5년 내 재발률은 70%에 달한다. 조기 위암의 재발률 2%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된 면역세포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혈액을 약 120㎖ 가량 채취한 다음 청정 실험실에서 특수조건하에 약 2~3주간 배양한다. 이렇게 하면 ‘사이토카인 유도 살해세포’라는 면역세포가 다량 증식되는데, 이를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면 간에 남은 미세 간암 세포들이 파괴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1회 주사에는 약 64억개의 면역 세포가 투여되며, 비용은 약 500만원이다.
연구팀은 “간암의 재발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없었다”면서 “면역세포치료제가 간암의 재발을 줄이고 생존기간을 늘리는 세계 최초의 확증된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태원 기자
간암,면역세포치료 생존기간 1.5배↑
입력 2015-05-27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