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 쉽게 번댔어요” 탈북녀 마약 섹스파티 발각

입력 2015-05-27 18:02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이 있어.”

30대 탈북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중국을 전전하다 지난해 초 한국에 들어온 A씨는 국가로부터 받은 초기 정착 지원금 400만원을 탈북 브로커에게 건넸다. 무사히 탈북한 데 대한 보수였다.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서 3개월간 생활한 뒤 주택 구입 지원금 1300만원으로 집을 구해 혼자 살았다. 미용교육 등도 받았지만 적응이 힘들었다고 한다. 탈북자에게 분기마다 100만원씩 나오는 기초 생활비가 수입의 전부이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리던 상태였다.

손쉬운 돈벌이를 제안한 사람은 하나원에서 친해진 탈북여성의 남자친구이자 같은 탈북자 김모(30)씨였다. 그가 제안한 사업은 성매매. A씨는 하나원에서 함께 생활하며 알고 지낸 탈북 여성 2명과 함께 성매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가 제안한 건 단순한 성매매가 아니었다. 김씨는 서울 강남 요식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남모(48)씨로부터 “마약을 줄 테니 함께 복용할 여성을 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였다. A씨 등 탈북 여성 3명은 지난해 1월 중순 서울 강남구 남씨의 자택에서 ‘히로뽕’(메스암페타민)을 함께 투약했다. 마약 혐의로 1년7개월 실형을 살았던 김모(47)씨 등 남씨의 지인들과 함께 성매매도 했다. 대가로 받은 돈은 1인당 50만원이었다. 남씨는 여성을 소개해준 탈북자 김씨에겐 여성 1명당 100만원을 줬다. 이들의 엽색 행각은 결국 환각 성매매 파티를 연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이처럼 탈북 여성들이 성매매는 물론 마약에까지 빠져드는 실태의 배경에는 생활고가 있다. 전체 탈북자 중 여성 비율은 70%에 달한다. 놀이문화가 부족한 북한을 벗어나 한국에 온 뒤 개방된 성문화를 접하면서 음지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시민연합 관계자는 27일 “10~20대 젊은 탈북 여성들은 나름대로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탈북 후 중국을 전전하다 한국에 와서는 마땅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유흥업소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탈북민자립지원센터 관계자는 “탈북 여성은 새로운 터전에서 시작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 시행착오도 많다. 정책적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고려하지 않으면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김판 고승혁 홍석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