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6시30분 서울 동작구 상도로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김덕윤예배실에는 200여명의 숭실대 기독 대학생들로 가득했습니다. 학생들은 오후 8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도 자리를 뜨지 않고 토론했습니다. 숭실대 기독인연합이 ‘목사는 에쿠스를 타도 되는가?’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주최했던 현장입니다. 학생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청지기 사명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 물질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에쿠스를 타는 청지기?’라는 주제로 발표한 황예지(정치외교학과 11학번)씨는 “큰 교회 목회자가 전도사를 기사로 쓰며 대형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며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목회자가 고급차를 타는 것이 불필요한 자랑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씨는 사람이 물질로 인해 교만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값 비싸고 좋은 것들을 많이 가질수록 그것 자체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다”면서 “이 마음이 커지면 나중에는 예수님이 아니라 재물에 소망을 두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최정훈(글로벌통상학과 10학번)씨는 ‘부의 무죄를 주장하다’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물질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씨는 “하나님은 그의 섭리를 완성시키는 도구로서 부를 선하게 사용하신다”면서 “종교개혁자 칼뱅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온 세상을 창조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성경인물 요셉과 다윗처럼 하나님이 인정하는 부자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책임감과 도덕성을 가져야 하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식했습니다. 김성수(벤처중소기업학과 10학번)씨는 “세상의 부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하나님 나라의 청지기로 성실하게 살아가자”고 당부했습니다. 황씨는 “기독 대학생들의 목표는 공부해서 세상을 섬기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착하고 지혜로운 청지기가 되어 병든 세상을 치유하자”고 말했습니다.
조은식 숭실대 교목실장은 총평을 통해 “나의 부유함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된다면 절제가 필요하다. 이웃을 생각하는 배려가 그리스도인의 덕”이라고 전했습니다.
“영원한 것을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미국 순교자 짐 엘리엇 선교사(1927~1956)가 이같이 남긴 글귀는 기독교인들이 어떠한 것에 소망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취업 문제 등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학생들이 그리스도인의 물질관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하는 모습을 보며 다음세대에 희망을 느꼈습니다.
김아영 기자
[미션쿡] ‘목사는 에쿠스 타도 되나요?’ 기독 학생이 던진 불편한 질문
입력 2015-05-27 14:24 수정 2015-05-27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