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식의 겸손한 수상소감이 화제입니다. 지난해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역할을 맡은 최민식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죠. 연기 경력만 26년인 그가 “정말 많이 공부해야겠다”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더니, 최민식을 두고 하는 말”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최민식은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후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턱도 없는 미천한 몸뚱이와 생각으로 너무나 부족함과 좌절감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며 “이 놈의 일은 정말 끝이 없구나라는 엄청난 중압감에 다시 한 번 시달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수상소감을 밝힙니다.
그는 “좋은 작품을 이야기하기보다 영화가 흥행이 될 것이냐 안 될 것이냐부터 이야기하게 됐다”며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20대, 영화 연극을 하고 싶다고 꿈을 꿨던 그때의 최민식과 지금의 최민식이 얼마나 맞닿아있는지를 고민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아직도 배울게 많다’는 열정과 겸손함이 묻어난 수상소감이지요.
연기 경력 26년의 베테랑 배우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최민식의 겸손한 태도는 ‘겸손함’이 사라진 사회에 울림을 줬습니다. 지난 25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맹기용 셰프는 제대로 된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한 방송에 나와 비난을 한 몸에 받았지요. 최고의 셰프들 앞에서 “지기 위해서 나온 게 아닙니다”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지만, 비린내도 잡지 못한 채 엉망인 요리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오래된 음식점들이 사라지고 프랜차이즈 가게가 판치는 요즘입니다. 오랜 숙련자가 뿜어내는 ‘겸손함’은 대량 생산, 단기 속성이 판치는 ‘인스턴트’ 문화 속에서 찾기 힘들어졌죠. 맛있지만 맛없다고 한사코 손사래 치는 국밥집 할머니의 수줍은 ‘반전매력’이 그립네요.
최민식은 “그야말로 전쟁 같았던 시간을 보낸 것이 떠오른다”며 “배 위에서 아무 말 없이 군소리 안 하고 부상과 고통을 감내해준 조·단역 배우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무말 없이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맡은 바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의 사회는 오늘도 힘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백상예술대상은 최민식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서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겸손하게 일하는 모든 이를 위한 상이었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친절한 쿡기자] ‘겸손함’ 사라진 시대에 울림이 된 최민식의 열정
입력 2015-05-27 11:08 수정 2015-05-27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