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혼 후 남편이 탈모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이혼은 물론 사기 결혼으로 소송을 고려 중이라는 글이 올려와 화제가 되고 있다. 포항에 사는 박모씨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 때는 물론이고 신혼여행에서도 남편의 탈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박씨는 최근 남편의 정수리 머리카락이 모두 가발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15살은 족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남편의 모습도 문제이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속여왔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탈모는 외모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질환 중 하나이다. 특히, 최근 20~30대 젊은 남성의 탈모가 늘고 있어, 개인의 일상생활은 물론 연애나 결혼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20~30대 여성의 절반 이상인 61%가 남자친구에게 탈모가 있다면 결혼이 꺼려질 것이라고 답해, 탈모가 연애와 결혼의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바 있다. 탈모 남성들이 탈모 사실을 숨긴 채 연애와 결혼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이상복 화인피부비뇨기과 원장은 “젊은 남성들은 취업을 비롯해 연애, 결혼 등 대소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탈모에 관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며 “평소 두피에 관심을 가지고 탈모 증세를 자각하려 노력해야 하며, 되도록이면 탈모 초기에 치료를 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탈모, 초기에 잡으려면 자가 진단이 필수=탈모는 한 번 증상이 나타나면 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심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탈모 치료법은 조기 발견과 적절한 의학적 치료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두피와 모발에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집에서 간단히 시행할 수 있는 탈모 자가진단법에는 모발의 굵기 변화 확인과 탈락 모발 개수 관찰 등이 있다. 먼저, 두피 앞부분과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뒷부분 모발에 비해 가늘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흔히 모발이 많이 빠지면 탈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모발의 굵기이다. 탈모의 주요 원인인 DHT가 모낭을 위축시켜 굵었던 모발을 얇게 만들면서 탈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루에 탈락하는 모발의 개수가 100가닥 이상인 경우에도 역시 초기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두피가 부쩍 가렵고 비듬이 많아지거나, 이마와 정수리 부위 모발이 뒷머리에 비해 휑해지는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초기 탈모, 약물 치료만으로 개선 가능=초기 탈모는 약물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및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 받은 탈모 치료제에는 먹고 바르는 약물 두 가지가 있다. 먹는 탈모 치료제는 탈모의 주요 원인인 DHT의 생성을 억제해 탈모를 치료하는데, 임상 연구를 통해 90% 이상의 탈모 억제 효과와 70% 이상의 발모 효과를 입증했다.
다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3개월이 소요되며 복용 1년 시점에서 극대화 되므로,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르는 탈모 치료제는 모근 세포에 세포 성장 촉진 인자로 작용해 탈모를 치료하는데, 먹는 탈모 치료제와 함께 사용하면 확실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기 탈모, 수술과 약물치료로 치료=치료시기를 놓쳐 탈모가 심하게 진행됐거나 약물 치료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다면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모발이식 수술은 DHT의 영향을 받지 않는 후두부 모발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로, 한 번 심은 모발은 영구히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흉터와 통증의 부담이 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수술 기술이 발달되어 흉터와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빨라 직장인들도 부담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모발이식이 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수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식 부위 이외의 부위에서는 DHT의 작용으로 인해 추가적인 탈모가 진행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족스러운 수술 결과를 유지하고 재수술을 막기 위해서는 꾸준히 먹고 바르는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이상복 원장은 “탈모는 유전과 DHT라는 두 가지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초기에는 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통해, 중기 이후에는 모발이식과 약물치료의 병행을 통해 비탈모인과 같은 모발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탈모 숨긴 남편, DHT 때문에 이혼할 수는 없잖아요
입력 2015-05-27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