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 207종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것은 10종뿐이었다고 26일 밝혔다. 농산물 31건 중 19건, 의약품 5건 중 4건에서 이엽우피소가 나왔다. 백수오가 포함된 제품 상당수가 ‘가짜’인 셈이다. 식약처는 백수오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 검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진짜 백수오 제품은 5%뿐=전수조사 결과 건강기능식품인 농협홍삼의 한삼인분 등 40종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국순당의 백세주에서는 이엽우피소 검출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나왔다. 의약품 4종에서도 이엽우피소가 확인됐다. 이엽우피소 함유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100% 백수오로도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157종이었다. 식약처는 “미확인 제품은 가열·압력 등 제조단계를 거치면서 DNA가 파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제품은 모두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이엽우피소 미확인 제품에 대해선 업체에 자진 회수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이엽우피소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경우에는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또 이엽우피소의 독성 시험을 하기로 했다. 보통 2년 정도 걸리지만 최대한 빨리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독성 시험 결과 독성이 있다고 나온다 해도 인체에 해롭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위해성 여부는 어느 정도를 섭취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엽우피소에 대해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식품 원료로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는 업체가 있다면 관련 규정에 따라 인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건강기능식품 원료 평가 강화…신뢰 회복될까=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안전관리 대책’도 내놓았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전면적 개선이라기보다 ‘제조·유통·사후관리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백수오 사태 이후 급격히 추락한 건강기능식품의 신뢰도를 높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상황이 백수오 사태를 일으킨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해 왔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230여종 건강기능식품 중 95%가량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기능성이 입증되지 못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기능성 식품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약품처럼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유지·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는 것이다.
식약처는 내년 5월부터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나 성분으로 인정받았더라도 재평가를 거쳐 안전성과 기능성을 추가 입증토록 하기로 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된 시기, 매출액, 기능성과 안전성 우려 등을 고려해 재평가하기로 했다. 의약품에 적용되는 ‘우수제품 제조관리기준’(GMP)을 신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백수오 진품 10개 뿐… 건강기능식품 안전성 강화하겠다지만 신뢰 회복 미흡
입력 2015-05-26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