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철제 가방 보이죠?’… 27조원 상당 가짜 미국채권 사기일당 검거

입력 2015-05-26 13:56
27조원 상당의 가짜 미국 채권을 이용해 자금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 투자금을 유치하고 가로채려 한 일당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액면가 1억 달러의 가짜 미국 채권 247장(약 27조원)을 유통하려 한 혐의(사문서위조)로 홍모(54)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다른 혐의로 이미 구속된 김모(55)씨에 대해 범죄혐의를 추가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통화위조·위조사문서행사·위조유가증권행사 등 전과 9∼22범인 이들은 가짜 채권을 이용해 자금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 투자금을 받아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6∼12월 성동구 A 호텔에 함께 투숙하면서 ‘투자금 사기’를 모의했다. 호텔 프런트에 가짜 채권 등이 담긴 철제 상자를 보관해왔다. 경찰이 압수한 철제 상자는 ‘007 서류가방’보다 조금 작은 크기였다. 상자 전면에 미국 정부의 상징인 독수리 문양과 ‘UNITED STATE OF AMERICA’(미합중국)라는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상자 안에는 율리시스 그랜트 미국 18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FEDERAL RESERVE NOTE’(미연방준비은행권)라는 글자가 적힌 1억 달러짜리 채권 247장이 들어 있었다. 위조 필름과 미 연방은행 인증서 등 각종 위조 서류도 이 상자 안에서 나왔다.

홍씨 등은 채권의 발행연도가 1934년인 점에 착안해 화학 약품을 이용해 철제 상자를 부식시켜 진품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의심을 피하려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미국 정부에서 채권을 회수하면 막대한 현금이 생기는데 당장 돈이 급하니 먼저 투자금을 달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물색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A호텔에서 숙박비 90만원을 떼어먹고 달아나려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정부에 채권의 진위를 문의한 결과 이런 채권은 발행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10∼15년 전에 유행했던 고액의 위조채권을 사용한 사기가 우려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