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기니만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는 과거 무역의 요충지였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1960년 독립해 공화국을 수립했지만 상아 및 초콜릿 무역의 이권은 국가를 반으로 갈랐다. 독재정권의 집권과 군사정변으로 오랜 내홍을 겪었다. 혼란은 남부 기독교 정부와 북부 이슬람 반군이 충돌한 2002년부터 극에 달했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2005년 10월 기적과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코트디부아르 축구대표팀 공격수 디디에 드록바(37·첼시)는 동료들과 함께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하고 있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드록바는 자신에게 다가온 중계방송사의 카메라 앞에 무릎 꿇었다. 그리고 “단 일주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울림이 깊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이후부터 일주일 동안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정부군과 반군은 다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눴지만 독일월드컵이 열린 2006년 6월부터 한 달 동안 다시 휴전했다. 내전은 2007년 평화 협정으로 종결됐다.
평화는 한때 위협을 받았다. 2010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후보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가 득표율 54.1%로 승리했지만 헌법위원회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여당 후보 로랑 그바그보 현직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했고 양측은 다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눴다. 와타라는 북부 반군, 그바그보는 남부 정부군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바그보가 같은 달 4일 대통령 취임식을 강행하자 와타라는 5일 국제사회에 그바그보의 퇴진압력을 촉구하고 별도의 정부를 구성하며 팽팽히 맞섰다. 두 대통령이 한 나라에 집권한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와타라 지지자들의 시위가 속출했고 폭력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지금 안정을 되찾았다. 유엔군과 프랑스군 약 1만여명이 주둔해 내전을 저지하고 있다. 과거 반으로 갈렸던 국가도 경제적 성장을 위해 스스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드록바는 25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를 마치고 열린 위닝 피날레에서 밝게 웃었다. 더 이상 “전쟁을 멈춰 달라”고 카메라 앞에서 호소할 필요는 없었다.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승을 확정하고 기쁨을 나누는 동료들을 뒤에 뒤고 스스로 카메라에 담은 드록바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드록바가 끝냈던 코트디부아르 내전… 지금은?
입력 2015-05-25 1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