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주감지기 ‘삐’ 울리자 경찰 매달고 질주… 음주운전자 결국 자수

입력 2015-05-24 20:02
지난 22일 오후 11시50분쯤 차량광택업자 이모(40)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역에서 강서구청 방향으로 자신의 그랜저 차량을 몰았다.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친구 집에 가던 길이었다. 이때 한국폴리텍1대학 서울강서캠퍼스 교차로와 우장초등학교 사이에서 음주단속 중인 경찰을 발견했다.

이씨는 황급히 운전대를 돌렸다. 화곡동 먹자골목 방향이었다. 골목에는 서울 강서경찰서 조모(36)경장이 잠복해 있었다. 평소 단속을 피하려는 차량이 이쪽 골목으로 우회하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골목 초입에서 이씨는 조 경장에게 적발됐다. 이씨의 그랜저를 세운 조 경장은 창문을 내리게 한 뒤 음주감지기를 든 오른손을 차안에 집어넣었다. 이씨가 감지기에 대고 후 하고 불자 ‘삐’ 소리가 났다. 음주운전자란 뜻이었다. 조 경장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이씨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지시했다.

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내리는 척하던 이씨는 갑자기 운전석 창문을 올렸다. 조 경장의 오른쪽 손가락이 낀 채였다. 조 경장은 경광봉을 든 왼손으로 차량 앞유리를 두드리며 이씨에게 멈추라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멈추지 않고 20m를 더 갔다. 속도가 시속 30㎞에 이르렀을 때 조 경장은 간신히 차에서 손을 뺐고 아스팔트 바닥에 그대로 넘어졌다. 이씨는 유유히 사라졌다. 차가 더 빨리 달렸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조 경장은 타박상 등으로 전치 2~3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차량 번호판 조회를 통해 이씨의 주소를 확인한 경찰은 23일 오전 8시30분 구로구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했다. 집 앞에서 우편함을 뒤지는 경찰을 본 이씨는 주택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옆 건물로 도주했다. 그러나 결국 이날 오후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을 다치게 한 만큼 죄가 가볍지 않다”며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이씨와 함께 술자리에 있던 회사 동료를 소환해 당시 정확히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박세환 고승혁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