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한기총의 ‘동성애축제 허용’ ‘봉원사역명’ 취소 요청 사실상 거부

입력 2015-05-24 17:19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성애 축제(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하도록 하고 봉은사역명을 변경하라는 기독교계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박 시장은 22일 서울시청에서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등과 면담을 갖고 “서울광장(이용)은 조례상 허가제가 아니고 신고제이기 때문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면서 “퀴어문화축제 개최도 신고사항이기 때문에 시장인 저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동성애를 표현의 자유로 (생각하거나), (동성애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며 “주한 영국 대사도 이번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다. 유럽 등의 경우 나라마다 동성애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회장은 “그것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 이야기이며, 한국은 동양의 보수적 전통, 효 사상을 따르고 있기에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도심에서 벌거벗고 음란한 일을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소수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다수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용규 전 한기총 대표회장도 “한국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면서 “6월 9일과 28일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때 동성애자들이 거의 나체로 행진할 텐데 서울시가 방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박 시장은 서울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과 관련해서도 강남구청과 서울시지명위원회가 결정한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박 시장은 “봉은사역명은 강남구청에서 추천한 것이며,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저는 당도 다르고 상의한 바도 없다”면서 “역명 결정은 서울시지명위원회가 했는데 봉은사역으로 하라, 하지 말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계는 한기총의 요청을 사실상 묵살한 박 시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박 시장은 동성애자들에게 한 번도 개방하지 않았던 서울광장을 열어줬다”면서 “박 시장은 조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도현 코엑스역명추진위원회 대변인도 “친일논란이 있는데도 봉은사에 역사성을 부여해 단독 역명으로 확정·고시한 장본인은 박 시장”이라며 “봉은사 미래위원장 출신인 박 시장은 역명 확정 10개월 전에 봉은사 주지를 만나 역명과 관련해 긍정적 답변까지 해놓고 이제와 발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지명위원들은 ‘자문만 했을 뿐 결정은 서울시가 했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는데, 박 시장은 무책임하고 부정직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제출한 ‘공공의 질서를 해치는 퀴어문화축제 반대의 건’에 대해 “나체 퍼레이드 등 공공질서를 해치는 일이 있으면 단호하게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은 26일 퀴어문화축제와 봉은사역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서울시청 앞에서 가질 계획이다. 유영대 백상현 기자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