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국민투표로 동성결혼 합법화… 허용국 20개국으로 늘어

입력 2015-05-24 19:28
아일랜드가 처음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2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국영 RTE방송과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아일랜드에서 전날 실시된 동성결혼 합법화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결과 찬성 의견이 62.1%로 반대 의견(37.9%)을 크게 앞질렀다고 전했다. 유권자들은 “결혼은 성별과 상관없이 법에 따라 두 사람에 의해 계약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 헌법을 고칠지 여부에 대한 찬반 여부를 나타냈다.

아일랜드에 앞서 이미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있었지만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것은 아일랜드가 처음이다. 앞서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도 동성결혼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이 강하게 자리 잡아 서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인식된 아일랜드에서 이 같은 변화는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아일랜드에서는 불과 22년 전만 해도 동성애가 범죄였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변화가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고 BBC는 분석했다. 1990년대 초반 일련의 아동 성추행 의혹들을 겪으면서 가톨릭교회의 위상이 떨어진 동시에 변화의 흐름이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은행들과 집주인들이 동성 커플에 대한 대출과 월세 계약을 피하는 것을 막는 조치가 나왔으며 2010년엔 동성 커플에게 결혼한 부부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시민결합’을 인정하면서 1000쌍이 넘는 동성 커플이 시민결합으로 등록했다. 레오 바라드카르 보건장관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바 있다.

아일랜드의 이번 조치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2001년 처음 네덜란드를 비롯해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20개국으로 늘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