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박모(75)씨는 서울 북아현·충정 재개발구역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2008년 이 일대가 북아현3구역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자 박씨는 북아현3구역 재개발조합장이 됐다. 철거 용역업체 선정 등 재개발 실무 전반을 총괄하게 된 것이다.
‘힘’이 생기자 ‘욕심’도 커졌다. 2005년 11월 박씨는 서울 마포구의 한 주차장에서 철거업체 대표 고모씨를 만났다. 재개발 철거공사를 수주하게 해줄 테니 활동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고씨는 2006년 2월까지 3차례에 걸쳐 박씨에게 8000만원을 건넸다.
돈만으로 성이 차지 않았던 그는 고씨에게 또 다른 ‘접대’를 요구했다. 2005년 9월 고씨를 대동하고 4박5일간 태국 푸켓에 가서 낮에는 관광하고 밤에는 성접대를 받았다. 그해 11월 3박4일간의 몽골 여행에서도 비슷한 ‘향락’이 계속됐다. 모두 고씨의 돈이었다.
박씨는 또 2006년 설계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재개발 용역 대가로 설계용역비 중 일부를 달라고 했다.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이다. 이씨가 완곡히 거절하자 명절 ‘떡값’이라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결국 이씨는 2007년 2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매년 여름 휴가철과 추석 등 명절마다 수백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박씨에게 건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심우용)는 건설 관련 업체에서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합원을 위해 공정하고 청렴하게 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조합장이 장기간 거액의 뇌물과 향응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성접대 받은 재개발조합장
입력 2015-05-24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