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 학생들의 다소 독특한 전통 복장에 대한 자부심이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옥스퍼드대에서는 최근 이 학교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때나 여타 학내 행사 때 입는 ‘서브퍼스크(subfusc)’라 불리는 복장을 존속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이 복장이 엘리트주의적이며 대외적으로 반감을 준다는 이유로 비판론을 제기했고 급기야 총학생회가 주도해 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뜨거운 논란에 비해 개표 결과는 싱거웠다. 응답자의 압도적인 다수가 75.8%(6403명)가 서브퍼스크 존속을 지지했던 것이다. 반대 의견은 24.2%(2040명)에 그쳤다. 학생들은 외부의 비판적 시선보다 모교의 전통을 더 중시한 것이다. 가운과 사각모 착용을 계속 의무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찬성 78%, 반대 22%로 가운과 사각모 착용 지지가 월등히 많았다.
옥스퍼드대는 아직도 서브퍼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몇 안 되는 영국 내 대학 가운데 한 곳이다. 이 학교의 학위수여식이나 시험, 여타 행사 때 학생들은 사각모와 가운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서브퍼스크는 ‘어두운 색깔’을 의미하며 아카데믹 정장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서브퍼스크 존속을 주장하는 옥스퍼드대 사학과 1학년생인 해리든 에드먼드(19)는 가디언에 “서브퍼스크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평등주의를 나타낸다는 메시지를 명백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출신 배경이나 인종, 계층, 성별에 관계없이 가운을 입고 시험을 치르게 되면 모두 동등하기 때문”이라고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2년 옥스퍼드대는 시험과 공식행사에서 남녀의 복장구분에 대한 규정을 폐지한 바 있지만 여전히 교직원들이 규정을 어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 논란이 이어졌다. 해당 규정은 남학생이 시험이나 여타 행사 때 검은 가운 속에 검은 정장, 흰색 셔츠, 흰색 나비 넥타이, 검은 신발과 양말 등을 신어야 하며, 여학생은 검은색 치마나 바지 정장에 흰색 블라우스, 검은 스타킹, 구두, 리본 등을 착용하도록 규정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옥스퍼드대 학생들의 ‘전통 복장 자부심’…‘엘리트주의’ 논란에도 존속 지지
입력 2015-05-24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