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격화가 추억의 장르?… 4인의 젊은 작가들이 그리는 낯익은 일상 생생

입력 2015-05-24 18:00
사진=이현호 작 ‘옆차도’(130×160㎝), 한지에 채색, 2014년. 이화익갤러리 제공

설치, 영상 등이 미술시장의 대세가 되어가는 요즘 풍경화는 추억의 장르가 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출퇴근길, 혹은 저녁에 산보하며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이 풍경이다. 풍경화야말로 도시인에게도 가장 친숙한 장르인 것이다.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일상 그리기 4인4색’ 전은 풍경화를, 그것도 미디어아트 등에 솔깃할 만한 젊은 작가들이 그린 풍경화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작가 자신만의 시선과 기법으로 표현한 풍경은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설다.

이만나(44)는 한때 입주작가로 있었던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 주변을 그렸다. 주로 밤의 한 순간, 문득 새롭게 보였던 풍경이 그의 소재다. 예컨대 낮의 연통(煙筒)이 밤에 파르테논 신전 기둥처럼 느껴졌던 경험을 유화물감을 뿌리고 문대어 점묘처럼 그리는 독특한 기법을 통해 표현해낸다.

이현호(30)는 도심에서 본 무성한 나뭇잎의 활기를 화면 가득 채운다. 전통 한지에 석채를 사용하지만 표면에 아교를 덧발라 유화 같은 느낌이 난다. 그러면서 서양의 원근과 투시를 무시하는 풍경은 평면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 산수화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중성이 있다. 김현정(33)은 눈 온 날의 파주출판단지 주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들녘 등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데, 세밀한 묘사의 유화에는 동양화적 정서가 가득하다.

이호인(35)은 좀더 자연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한라산의 숲 속, 지리산의 고사목과 해맞이 등이 소재다. 그러나 이런 명산이야말로 도시인의 가장 흔한 일상 탈출 공간이라는 점에서 또한 일상적 풍경이다. 묽은 유화 물감으로 그린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넓은 붓 터치에서 해방감이 느껴진다. 30일까지(02-730-7817).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