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올해 안 어느 시점’에 미국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22일(현지시간)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는 2008년 12월부터 0∼0.25%로 유지되고 있다. 옐런 의장은 “고용과 물가가 우리(연준)의 목표 수준에 도달했을 때까지 통화정책 강화를 늦춘다면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은 오는 9월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비슷한 맥락이다. 블룸버그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분석가 54명 중 42명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오는 9월을 지목했다.
옐런 의장은 연내 금리 인상이 실현되기 위한 조건으로 ‘노동시장 여건의 지속적인 개선’과 ‘물가가 중기적 관점에서 2%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합리적 신뢰’를 들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 가운데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량은 22만3000개로 늘어났고 실업률은 5.4%로 낮아지는 등 고용 분야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잇달았다. 물론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0.4% 하락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석 달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한 달 전보다 둔화한 0.1%에 그쳤다. 연준이 물가지표로 주로 사용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지난 2월 전년 동월대비 1.4%, 지난 3월에는 1.3% 오르는데 그치며 목표치인 2%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세 가지 ‘맞바람’으로 금융위기 때의 주택시장 붕괴가 만들어낸 여파와 정부지출 감소로 대표되는 재정적자 감축 과정에서의 악영향, 그리고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부진한 경제성장을 지목했다. 옐런 의장은 “우리(미국) 경제는 이런 맞바람들을 아직 완전히 이겨내지 못했으며, 따라서 올해의 나머지 시기와 그 이후에 고용과 생산의 증가 속도는 완만할(moderate)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인상 속도와 관련해 옐런 의장은 “연방기금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다음에는 정상화의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방기금금리가 장기적인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성장과 관련해 옐런 의장은 “대부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앞으로 약 2년 동안 2.5%를 전후한 실질 GDP 성장률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 등의 영향으로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3.72포인트(0.29%) 내린 18,232.02에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4.76포인트(0.22%) 떨어진 2126.06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1.43포인트(0.03%) 하락한 5089.36을 각각 기록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옐런 미 연준의장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인상”
입력 2015-05-23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