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이 치열한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군사작전, 무력충돌 가능성 등의 표현을 써가며 상대국에 경고장을 날리는 등 갈등의 수위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남중국해상에서 자칫 돌발 사건이 발생한다면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들어 하루가 다르게 중국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여 왔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1일 필요하다면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섬 인근 해상에서 군사 작전을 할 수도 있다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고 스티븐 워런 국방부 대변인도 미군이 인공섬 인근의 영해 기준인 12해리 이내로 접근하진 않았지만 “그것이 다음 단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 20일 해군 해상초계기를 분쟁 해역 상공에 보내는 등 감시와 정찰의 강도를 바짝 높이고 있다.
중국도 지지 않고 맞섰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을 향해 “그 어떤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행위도 하지 말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훙 대변인은 미국 해상초계기가 지난 20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 상공을 정찰한 데 대해서도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며 “중국은 유관 지역에 대해 긴밀한 감시·통제를 지속할 것”이라고 대응 강화를 천명했다.
최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전후해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수위는 증폭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가 결정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데는 중국이 인공섬 건설이라는 신전략을 들고 나와 미국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에 현재 7개의 인공섬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곳에 군용기가 드나들 수 있는 규모의 활주로를 만들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편법적인 수단과 힘을 이용, 주변국을 억누르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위세가 도를 넘었다고 보고 있는 미국은 필리핀 등과의 군사훈련 등을 벌이는 데서 나아가 직접 개입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격상된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일본까지 필리핀과 합동 훈련을 하며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고 나서 복잡한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은 해당국과 양자적으로 해결할 문제인 영유권 분쟁에 미국, 일본이 끼어드는 데 강하게 반발하며 영유권 강화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남중국해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된 데다 중동의 석유와 각종 원자재가 통과하는 국제적인 핵심 수송로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영토의 앞마당이고 미국으로선 필리핀 등 동맹국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 해역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하이난다오에 있는 핵잠수함 기지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화하는 미국을 몰아내야 하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국이 남중국해 이슈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충돌함으로써 남중국해의 긴장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남중국해 둘러싸고 미·중 폭풍전야… 상호 견제 점입가경
입력 2015-05-22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