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돌입’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속타는 문재인...내일 혁신위원장 최종 결단

입력 2015-05-23 00:06

새정치민주연합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제안받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22일에도 확답을 미루면서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의 애를 태우고 있다.

애초 이날 오전만 해도 당내에서는 김 전 교육감이 무난하게 위원장직을 수락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했지만, 김 전 교육감은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최종 결심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행여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경우에서처럼 인선이 또 꼬인다면 파국을 면치 못하는 만큼 유리잔 다루듯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수락을 받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김 전 교육감이 기다려달라고 한 만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최종 선택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김 전 교육감이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이번 선택이 몰고올 파장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 당 차원에서 쇄신책을 강력히 뒷받침해 줄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혁명적인 쇄신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자칫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원들의 저항에 부딪힐 경우, 자신에게 상처만 남긴채 유야무야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와 합의한 대로 혁신기구에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고위원회 등 지도부는 물론 당내 각 계파들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쇄신안 하나하나가 계파갈등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데다 특히 의원들의 이해가 엇갈리는 중진 용퇴·대폭적 물갈이 등도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당내 기반이 약한 김 전 교육감으로서는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김 전 교육감이 문 대표와 당의 혁신 의지가 강하게 서 있는지를 거듭 확인했다"고 전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아 강력한 쇄신안 마련에 나설 경우 당원들에게 뼈를 깎는 자성을 요구하고, 경우에 따라선 당원들을 상대로 '칼질'을 해야 한다는 데서 오는 부담도 적지 않아 보인다.

혁신위원장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악역'이 될 각오를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호남 의원 40% 물갈이', '4선 이상 중진 용퇴' 등 강도높은 쇄신책을 공개 제안했다.

박영선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조 교수의 제안에 적극 동의한 뒤 "(위원장이) 손에 피를 묻혀야 할 정도로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며 "뼈아프지만 살을 도려낼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매사에 신중을 기하는 김 전 교육감의 스타일도 최종 결정을 늦추는 데 한 몫을 했다.

김 대변인은 "주변에 조언을 하는 인사들이 꽤 있다. 더 상의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에도 교육감 재출마냐 경기도지사 도전이냐를 두고 주변 교수 그룹과 의논하며 장고를 거듭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수락한 뒤에 사안이 급물살을 타게 되는 상황까지 미리 대비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김 전 교육감이 마지막 대안임을 강조하며 압박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김 전 교육감이 수락을 하지 않았을 때에 대비한) '플랜B'는 없다. 결국 긍정적 답변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일 김 전 교육감이 위원장직을 수락할 경우 26일 문 대표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활동방향에 대한 포부와 각오를 밝히는 방안이 당내에선 검토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