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내가 쓰는 야구] 김성근의 승부욕, 혹사인가 열정인가

입력 2015-05-22 09:00 수정 2015-05-22 15:33

‘답답해서 내가 쓰는 야구! 답쓰야’ 원고 공모로 채택한 야구팬의 기사입니다. 기자가 아닌 야구팬의 시각을 담기 위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작성자의 생각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작성일은 2015년 5월 17일입니다.

모처럼 찾은 대전구장…힘들게 구한 예매 티켓

어제 모처럼 큰 아이 (고딩 1학년)의 학교체육과목 수행과제가 있다고 해서 대전야구장을 찾게 되었다. 요즘 하도 여기저기서 이글스의 일거수일투족이 핫라인을 타는 상황이라 관심을 갖지 않을 라야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있지만 원래 야구광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골수팬이었으나 워낙 이글스가 수년간 성적이 좋지 않아 끈을 놓지 않고 관심을 계속 갖다가는 자칫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별 관심 없이 야구를 멀리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솔직히 예약부터 힘들었다. 이렇게 예매하기 힘들 줄은 몰랐다. 주말이라 더 그랬을 것이라 생각되나 토요일은 아예 표가 없고 일요일도 그나마 3루쪽 몇몇 자리 말고는 대부분 예매가 끝난 상태였다. 결국 힘들게 3루 쪽 내야 지정석으로 표를 예매하고 따가운 햇볕을 감수하며 양산을 받쳐들고 야구를 보게 되었다.



간절함으로 무장한 이글스…주 3회 선발 등판하는 안영명

오늘 경기는 이글스가 히어로즈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로써 앞선 2게임을 히어로즈에게 완패당한 상태로 이글스이 연패 탈출이냐 히어로즈의 스웹이냐를 결정하는 간절한 이글스와 이미 2게임을 승리한 여유로운 히어로즈와의 일전 이었다. 인터넷을 서핑해보니 이글스의 선발투수가 안영명이고 이번 주 벌써 3번째 나오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근래에 찾아볼 수 없는 안영명의 주 3회 등판에 대해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과거 이글스 골수팬으로써 보면 오죽하면 또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선발투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싶었다.

안영명은 경기 시작직전 힘차게 연습투구를 투구를 뿌리다가 국기에 대한 경례가 끝나고 나서 모자를 벗은 채로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는 것 같다. 애처러워 보이기까지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독 튼튼한 하체가 돋보인다. 누가 뭐라도 해도 감독의 판단이 가장 정확한 것이고 거기에 간절함으로 뭉친 안영명 선수와 이글스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간절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또 다시 무너진 선발투수 안영명

1회를 무사히 넘겼으나 2회 1점을 주고 3회에는 2점을 주고 두 번째 투수 이동걸에게 공을 넘겨주고 내려갔으나 이동걸 선수가 3점 홈런을 맞으며 경기가 초반부터 히어로즈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히어로즈 유한준에게 얻어맞은 3점 홈런은 오늘의 승패를 결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에서 3회 밖에 안됐음에도 이글스의 패전 분위기가 짙게 깔리면서 과연 이글스가 변하긴 한건가?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특히 주 3회 선발등판이라는 막중한 부담을 안고 공을 뿌리던 안영명이 강판당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결국 안영명은 2와 1/3 이닝 던지고 또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이때 까지만 해도 이글스의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달라진 대반전 시작…이대로 끝낼 순 없다

그러나 그냥 물러설 이글스는 절대 아니었다. 3회말 아쉽지만 2점을 만회하였고 4회말에 김성근 감독의 고도의 지략싸움에서 당황한 히어로즈 투수 피어밴드의 보크로 1점, 꾸준히 활약하는 이용규의 번트 안타 등으로 7-8회 1점씩 따라 붙어 1점차 까지 쫒아갔다. 김성근 감독은 절대 질수 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필승조 추격조를 총가동하여 3회 까지 허용한 6점 이후 추가실점을 틀어 막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글스의 대반전이 지속되면서 야구장을 오랜만에 찾은 나는 바로 이맛이야 !!! 하는 기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화룡점정…소름돋는 9회말 김경언의 동점 홈런

9회초 이글스의 새로운 수호신 권혁이 등판하여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히어로즈의 공격은 마침표를 찍었다. 사실 6대5까지 1점차이로 따라 붙었지만 히어로즈의 철벽 마무리 손승락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었다. 역시나 히어로즈는 마무리 손승락을 등판 시켰다. 이글스는 첫 번째 타자는 콘텍트의 대가 김경언이었다.

손승락의 구위를 알고 있는지라 이글스가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한 나머지 가족들과 자리를 뜨기로 했다. 모처럼 찾은 야구장에서 좋은 기분을 남기고 가기 위해서였다. 1점 차이로 따라 붙은 것만으로도 나름 달라진 이글스의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지는 모습까지 보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가려던 상황에서 갑자기 야구장이 떠나가는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김경언이 손승락의 2구째를 통타 솔로홈런을 터뜨린 것이었다. 김경언이 친 공은 우익수쪽 담장을 시원하게 넘어가는 거의 직선타에 가까운 멋진 오늘의 화룡점정을 찍는 동점 홈런이었다.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무사에 나온 홈런이라 끝내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모처럼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승부는 9회에 끝나지 않았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승리에 대한 열정…이글스의 변화

결국 이글스는 10회초 1사 1,3루의 위기를 권혁이 힘겹게 넘긴후 10회말 공격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끝내기에 성공했다. 끝내기 안타나 굿바이 홈런이 아니라서 좀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에서 6점차를 뒤집는 대역전의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요즘 각종 매스컴에서 회자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투수 혹사 논란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지만 결국 오늘의 승부처는 결국 김성근 감독의 움직임부터 시작되었다. 2회에 김 감독은 히어로즈 투수 피어밴드의 견제 동작을 지적하며 보크라는 주장을 했다. 피어밴드는 껄적지근한 표정으로 김 감독의 항의를 쳐다보고 있었고 이후 2번이나 보크를 저지르면서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오늘도 김성근 감독의 승리에 대한 열정은 여실히 드러났다. 승률 5할 유지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주 3회 선발등판이라는 초 강수를 두면서 7명이나 되는 불펜을 총 가동했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야구는 장기간의 팀간 승부를 통한 짧지 않은 게임의 연속이다. 다른 팀에 비해 유독 약한 선발투수진을 보유한 이글스의 현 상황에서 더 좋은 대안이 어디 있을까?

김 감독의 투수 혹사 논란에 부정적인 깃발을 든 이들에게 오히려 되레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대안이 있냐는 것이다. 투수를 보호하면서 신생팀 KT처럼 연패를 거듭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 또 뭐라고 난리들을 칠 것인가?

김 감독은 ‘감독이 그 팀의 사정은 가장 잘 안다’고 했다. 집안의 가장이 집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이 아니겠는가.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승부세계에서는 필요함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면서 월요일 1주일의 유일한 휴일에도 쉬지 않고 2군에서 가능성 있는 투수 유망주들을 대전으로 불러 지도하는 모습에서 길게 내다보는 김 감독의 또다른 열정과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김 감독의 승리에 대한 강한 열정이 이글스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6대0 이라는 점수 차이를 뒤집는 힘의 원천은 김 감독의 승부에 대한 강한 열정과 그에 부응하는 이글스 선수들의 새로운 도전의식이 합쳐진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찾은 대전야구장에서 강해진 이글스와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느끼며….

글=김연문(남·40대·회사원)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연문
정리=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