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오른쪽 핸들 차량 모두 폐기하라?” 北, 개인 돈벌이 차량 일제 단속 성과없어

입력 2015-05-22 08:14

북한 인민보안부가 올해 2월초 오른쪽에 조향(핸들)이 달린 차량을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가 22일 보도했다. 그러나 두 달쯤 지났는데, 없었던 일처럼 조용해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 2월 초 북한 인민보안부가 교통질서를 위반한 차량을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포고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우측에 운전대가 있는 외국산 차량을 전부 4월 25일까지 폐기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우측 운전석 차량이 버젓이 운행되면서 북한 당국의 지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소식통은 “평양시 거리에 오른쪽에 운전대가 달린 일본 승용차, 화물자동차들도 버젓이 운행되고 있다”며 “오른쪽 조향 차량을 모두 폐기하라는 국방위원회 지시가 사실상 무색할 정도”라고 RFA에 밝혔다.

소식통은 “대성무역총국과 능라총국 등 중앙당 외화벌이 기관들과 평안북도 내 외화벌이 회사들에서도 냉동차와 도라꾸형 탑차(콘테이너)들이 폐기되지 않고 중국 국경을 들락거린다”면서 “처음에 시범케이스로 단속된 차량들만 처벌받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그는 “인민보안부에서 오른쪽 운전석 차량 때문에 교통사고가 빈번하다고 김정은에게 제의서를 올려 비준 받았는데, 여기에 중앙당 39호실 외화벌이 기관들이 폐기차량이 넘쳐난다고 우는 소리를 하면서 지시문이 사실상 흐지부지됐다”고 언급했다.

북한인민보안부는 교통단속 포고령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지방에 잠시 체류 중인 40대의 남포시 주민은 “이번에 교통포고는 가대기(개인 소유의 미등록차량)들을 겨냥한 검열이었다”면서 “보안부에서 개인 소유의 화물차를 들춰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언급했다.

일명 ‘가대기’란,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차량이거나, 다른 사람의 명의로 등록하고 개인들이 돈벌이에 이용하던 차량들로 북한에 이런 ‘유령 차량’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포 주민은 “보안부에서는 이런 ‘가대기’ 차량을 회수해 일부는 희천발전소 등 대건설장에 보내고, 일부 차량은 몰래 팔아먹기도 했다”고 비리를 폭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