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비용을 아끼려고 상품권을 싸게 대량으로 사려다가 결혼자금을 통째로 날릴 뻔한 예비부부가 경찰의 도움으로 결혼에 골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안타까운 사연은 올해 2월경 시작됐다.
회사원 이모(30·여)씨는 직장에서 만난 남자친구 김모(32)씨와 1년간 열애 끝에 올해 초부터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 결혼비용을 공동 부담하기로 한 두 사람은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마련하고, 혼수비용도 반반씩 내서 마련했다.
문제의 발단은 예비신랑 김씨의 지인이 상품권유통업자 한모(26)씨를 소개해 준 것이었다. 한씨를 통해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구입하면 혼수비용을 10% 넘게 아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솔깃한 이들은 지난 2월 2일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8만7000원에 팔겠다”는 한씨에게 혼수비용 1560만원을 송금했지만 한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씨는 ‘등기로 상품권을 보냈다’ ‘출장 때문에 나중에 보내주겠다’ ‘일단 반만 보내주겠다’는 등 말을 바꿔가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고, 나중에는 전화번호를 바꾸고 연락조차 받지 않았다.
이씨는 결혼 예정일을 10여일 앞둔 지난달 27일 경찰에 한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송파서 경제범죄수사과 형사들이 즉각 한씨와 접촉을 시도했다.
수차례 시도 끝에 전화를 받은 한씨에게 경찰은 고소 사실을 통보한 뒤 “조만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수 있고, 이씨가 상품권 대금을 돌려받지 못해 결혼을 못하게 된다면 처벌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당장 가진 돈이 없다”며 버티던 한씨는 거듭된 중재 끝에 지난달 29일 이씨와 김씨에게 1560만원을 돌려줬고, 두 사람은 이달 9일 무사히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상품권 사기에 혼수비용 통째 날릴 뻔한 예비부부
입력 2015-05-22 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