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이후 군 전력 강화를 위해 긴급 추진된 해상작전헬기 사업에도 비리가 끼어 있었다. 해군 장성과 영관급 장교 등 6명이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헬기를 실제 있는 것처럼 허위로 구매시험평가서를 작성했다. 통영함·소해함 사업을 포함해 해군이 최근 추진한 무기·함정 도입 사업들이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해상작전헬기 도입 과정에서 성능 시험 평가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예비역 대령인 임모(51) 전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전평단) 과장 등 전·현직 해군 영관급 장교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2012년 8~11월 영국과 이탈리아가 합작해 설립한 방산업체 아구스타웨스트랜드 사의 와일드캣(AW-159) 작전헬기를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 헬기가 군 요구 성능에 미달하는 기종 임에도 ‘성능을 충족한다’는 허위 시험평가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와일드캣은 해외 기종인 데다 여러 종류의 장비가 탑재되는 ‘복합무기체계’에 속해 영국 현지의 실물을 직접 평가해야 했다. 그러나 시험평가 당시 이 헬기는 실제 개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시제품도 없었다. 임 전 과장 등은 기본 제원이 다르고 필수장비가 전혀 탑재돼 있지 않은 육군용 헬기에 모래주머니를 채워 실물 평가에 이용했다. 전혀 다른 기종의 헬기 시뮬레이터로 영국 해군이 훈련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식으로 성능을 평가했다. 잠수함 탐지에 필수적인 레이더 성능은 소형 경비행기에 탑재된 레이더 성능 평가로 대체했다.
서류 평가 결과도 군 요구 성능에 미달됐다. 와일드캣은 체공시간이 79분에 불과하고 어뢰는 2발 이상 장착할 수 없었다. 기존 링스헬기와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평가 항목 전부를 충족했다’는 내용의 허위 시험평가서를 방사청에 제출했다. 군은 이를 근거로 2013년 1월 작전헬기 1차 사업 기종으로 와일드캣을 선정했다.
작전헬기 사업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 잠수함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긴급 추진된 사업이다. 총 사업비 규모는 1조3036억원이며 1차로 와일드캣 8대를 들여오는 데 5890억원이 투입됐다. 12대를 추가로 들여오는 2차 사업에 7146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합수단은 임 전 과장 등을 상대로 한 1차 수사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단서를 확보해 예비역 해군 소장인 김모(59) 전 전평단장과 이모(55) 전 전평단 시험평가처장 등 3명을 최근 구속했다. 이들을 상대로 허위 시험평가의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 예비역 해군소장, 영관급 등 6명 구속
입력 2015-05-21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