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받았더라도 재심 청구 가능 ‘윤필용 사건’ 연루 준장 무죄 확정

입력 2015-05-21 16:37

특별사면을 받아 기존에 받았던 선고의 효력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특별사면이 있었다면 재심청구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던 기존 대법원 판례를 수정한 것이다. 이번 판례변경으로 1973년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당시 육군준장 손영길(83)씨의 재심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1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손씨가 낸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73년 육군 15사단 부사단장으로 재직 중이던 손씨는 박정희 정권 때 윤필용 사건에 연루됐다.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사석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발언한 사건이다. 손씨를 비롯해 윤 전 사령관을 따르던 군 간부들이 쿠데타 모의 의혹을 샀다.

손씨는 모반죄가 아닌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1980년 특별사면을 받은 손씨는 2010년 고등군사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불법체포와 고문에 의해 조서가 작성됐다며 이듬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특별사면을 받았기 때문에 재심을 청구할 대상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특별사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유죄판결에서 이뤄진 판단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죄판결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판결을 재심청구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면, 재심청구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재심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은 사면을 이유로 면소판결을 내려서는 안 되고, 사건 실체에 대한 심리를 다시 진행해 유무죄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