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알바비 받아드립니다” 대학 축제장에 등장한 씁쓸한 ‘흥신소’

입력 2015-05-21 16:36

“떼인 아르바이트비 받아드립니다. 물풍선도 던지고 가세요.”

봄 축제가 한창인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 ‘흥신소(興信所)’가 등장했다.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섰다가 임금 체불 등 각종 부당사례를 겪은 대학생을 고객으로 했다. ‘알바 흥신소’는 축제장 한복판에 세로 2m, 가로 7m 캐노피 천막으로 설치돼 있었다. 청춘이 느끼는 이 시대의 울분이 이 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오후 1시 기계공학과 이모(22)씨가 부스 앞에 적힌 ‘한양인 호구 조사’라는 문구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호구’는 어수룩해 이용하기 쉬운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주먹 크기의 물풍선에 검은 매직펜으로 ‘돈 내 놔라, 이 자식아!’라고 쓴 뒤 부스 옆 입간판을 향해 던졌다. 물풍선은 입간판에 그려진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의 악역 캐릭터 ‘집게 사장’에 명중했다. 행사를 마련한 국어국문학과 2학년 김수진(20·여)씨는 “집게 사장 캐릭터는 돈 버는 게 유일한 관심사인 악덕업주를 상징한다”며 “악덕업주, 진상손님 등을 상징하는 캐릭터에 물풍선을 던져 스트레스를 푸는 ‘앵그리(angry) 알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업주 이름) 돈 내놔’ ‘회식 그만, 야근 그만’ ‘저녁 좀 줘’ 등의 문구가 적힌 물풍선 60여개가 2시간 만에 소모됐다.

‘흥신소’ 한 쪽에선 전문 노무사가 임금 체납 등 각종 부당사례를 상담해줬다. 성동근로자복지센터 공인노무사 하윤성씨는 “학생들은 피해를 신고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다”며 “근무 시간, 월급 내용 등을 장부를 적듯 꼼꼼히 적어두면 체불 임금 신고에서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진 한양대 총학생회장(24)은 “학생들이 ‘임금 체불’ ‘꺾기’ 등 알바 과정에서 경험하는 각종 부당사례들을 꼬집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기획했다”며 “공부할 시간을 쪼개 열심히 일하고도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여러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