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다섯 살 아이가 아니라고요”…10대의 언어로 쓴 10대의 생각

입력 2015-05-21 15:55

‘저 녀석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중·고등학생만 되면 방문을 잠그고, 묻는 말에는 퉁명스럽게 ‘네, 아니오’식 대답 밖에 할 줄 모르는 아들을 보면 부모의 복장은 터진다. 그 아들의 머리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독일 인문계 고등학교 김나지움에 재학 중이다. 고1 때 이 책을 썼다. 외국 학생이 쓴 그네들의 얘기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실상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외모와 패션, 술과 마약, 게임, 섹스와 포르노, 학교와 공부의 의미, 부모님과의 갈등 등 분야별로 나눠 10대의 생각을 10대의 언어로 털어놓는다. 뷔레는 ‘엄친아’가 아니라 성적은 고만고만하고 운동을 좋아하고 TV시리즈물에 중독 되어 사는 보통 남학생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이 간다.

‘야동’을 보는 아들을 목격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기억이 있는 엄마라면 걱정 마시라. 독일에서도 중 1쯤 되면 야동을 한번도 안 본 남학생은 없다. 뷔레는 “사춘기가 되면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 남자아이들도 괴롭다. 이 모든 게 호르몬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정작 그들의 진짜 고민은 사랑의 경험이다.

학교 공부에 대해서도 강요가 아니라 졸업 후의 인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주문한다. 화학이 왜 중요한 과목인지 깨닫게 해준 어떤 선생님의 사례를 제시했는데, 뜨끔할 교사들이 있겠다.

“전자는 자신들의 에너지 레벨에 변화를 주고, 분자는 자신들의 결합방식을 바꾸며, 원소는 결합상태에 변동을 일으키지.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지 않니?”

부모에게도 할말은 있다. “제발 그렇게 쉴 새 없이 우릴 좀 걱정해주지 마세요. 더 이상 사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던 네다섯 살짜리 아이가 아니라고요!”

속도감과 재미, 매끈한 번역까지 합쳐져 한번 들면 끝까지 읽게 하는 책. ‘1318세대’에게는 카타르시스를, 기성세대에게는 공감과 반성을 하게 한다. 뷔레가 그린 익살스런 삽화가 읽는 재미를 돋운다. 강희진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