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체홉 ‘갈매기’, 차세대 연출가 이성구 파격적인 재해석

입력 2015-05-21 13:28 수정 2015-05-24 15:35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연출가로 손꼽히는 이성구 연출이 안톤 체홉의 ‘갈매기’에 파격적인 실험을 가했다.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극작가 체홉의 4대 희극 중 한 작품인 ‘갈매기’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이했다.

기존의 갈매기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무대와 새로운 해석이 관객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성구 연출만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 작품이다.

4막으로 구성된 갈매기는 당대 최고 여배우 아르까지나의 오빠인 소린의 한정한 영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작가 지망생 뜨레플레프와 아들인 그의 작품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당대 최고 여배우 아르까지나, 뜨레플레프와 사랑했지만 오랜 동경의 대상인 유명 작가 뜨리고린에게 모든 걸 바쳐버린 니나, 생동하는 니나의 매력에 빠져들지만 결국 다시 옛 연인이자 인생의 조력자인 아르까지나에게 돌아가는 뜨리고린, 트레쁠레프를 짝사랑하지만 결국 자신만을 바라보는 시골 교사 메드베젠코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마샤 등 각양각색의 등장인물이 등장해 자신들의 꿈을 얘기하고 서로 부딪히고 뭉친다. 3막과 4막 사이에 2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그 사이에 등장인물들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이성구 연출의 갈매기는 현실과 꿈에 주목한다. 도달하고 싶지만 도달할 수 없는 꿈, 혹은 욕망. 그는 각 막별로 판타지의 테마를 제시한다. 1막은 달빛의 판타지, 2막은 태양의 판타지, 3막은 몽환, 알코올의 판타지, 4막은 죽음의 판타지다. 각 막별로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음악, 춤이 녹아든다. 특히 3막은 ‘몸짓’과 ‘수단’을 통해 인간 내면을 직설적으로 토해내는 시도를 감행했다. 안무는 탱고 댄서로 활동 중인 김주영씨와 공연의 배우이자 선화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최규호씨가 총괄했다.

결정적인 순간 장애, 걸림돌로 인해 ‘결핍’을 경험하고야 마는 처절한 순간의 포착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이성구 연출은 “욕망, 장애, 결핍이 갈매기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세 요소라고 본다”며 “인간에게 주어진 근원적인 질문과 한계를 다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성구 연출은 2008년 ‘동물원 이야기’로 대학로에 데뷔했고 2011년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에서 ‘사라-0’가 최종작으로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끔찍한 메데이아의 시(詩)’로 서울연극제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극단 가변의 대표이며 새로운 형식과 해석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원작에서도 캐릭터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인 만큼 배우들 간의 캐릭터 열전도 기대해볼 만 하다. 프로 배우와 다른 전공의 배우들이 어우러져 펼치는 앙상블도 특이할 만한 점이다.

앞서 언급한 현대무용 전공자 출신인 최씨는 ‘춤추는’ 시골교사 메드베젠코로, 오페라 단원으로 프로 무대에서 활동 중인 박명원은 ‘노래하는’ 퇴역중위 사므라예프로 절묘한 타이밍마다 적절하게 변신, 등장함으로써 극의 재미를 더한다. 뜨리고린 역은 KBS 대하사극 ‘징비록’에서 명나라 황제 만력제로 출연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장태성이, 소린 역은 극단 가변 배우이자 영화 ‘광해’ 등에 출연한 배우 배우진이, 뜨레플례프로는 SBS특채 탤런트 출신의 배우 김태겸이 맡았다. 아르까지나와 니나역은 더블 캐스팅이다.

갈매기는 1896년 12월 러시아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과 더불어 체홉의 4대 희곡 중 하나로 꼽힌다.

공연은 5월 21일(목)과 22일(금) 저녁 7시와 23일(토) 3시, 7시다.

출연진은 김태겸(뜨레플례프), 이현서 송선미(아르까지나), 장태성(뜨리고린), 방수미 손니나(니나), 황준혁(도른), 김수민(마샤), 메드베젠코(최규호), 배우진(소린), 박명원(사므라예프), 임유진(뽈리나) 등 총 12명이다. 장소는 이해랑예술극장. 공연문의(010-9794-0430).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