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0일 문재인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거부하면서 '신(新) 문-안연대' 구상도 하룻밤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내홍 수습을 위한 문 대표의 구상도 금이 갔다.
여기에 안 전 대표 측이 전날 이미 거절의사를 전했다고 밝히면서, 양측은 진실공방을 벌이는 양상까지 사태가 비화됐다.
'포용의 정치'를 펴려던 문 대표의 리더십은 흠집이 났고, 안 전 대표도 당의 위기상황에서 갈팡질팡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양측의 '전략적 제휴' 무산의 근본원인은 결국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의 '진정성'을 믿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문 대표가 혁신의 각오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불신의 근원이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도 나왔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대선 때부터 (친노진영에)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이번에도)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 측에서는 "전권을 주겠다"며 삼고초려했지만 안 전 대표 측은 "절실해 보이지 않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불신을 보여준다.
안 전 대표로선 자칫 4·29 재보선 패배와 당의 추락에 '공동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측은 위원장직 제안을 '독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혁신기구의 권한문제도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유추된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혁신기구에)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다 달라는 거냐"는 반발도 나왔다.
친노·비노 계파싸움에 끼어들기보다 정책행보를 하는 게 낫겠다는 안 전 대표의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파갈등의 와중에 안 전 대표는 21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 좌담회를 개최한다.
결과적으로는 양측 모두 '아마추어리즘'을 노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표는 경쟁자인 안 전 대표를 설득해 포용하는 데 실패했고, 안 전 대표는 이번에도 우유부단한 태도 속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회동결과' 문자 메시지에서 문 대표에 협조할 것 같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문 대표 측에서는 "거절할 생각이라면 왜 이런 메시지를 보냈나"라는 반발했다.
안 전 대표 주변 인사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혼선을 자초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 측에서 위원장직 수락을 주장했던 보좌관이 사의를 표해 안 저 대표의 처신에 대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한 중진의원은 "문 대표가 정치적 무능력을 드러냈다. 정치를 꼼수로 풀면 안된다"면서 "안 전 대표도 오락가락하면서 소신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결국 두 대권주자가 또 데미지를 입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만날 때마다 왜 이러나? 아마추어네” 하룻밤의 꿈으로 끝난 ‘新 문-안연대’
입력 2015-05-20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