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고 나서 2주일째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공무원연금 개혁이 다시 중요한 분수령을 맞았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여야 간사를 맡았던 새누리당 조원진·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20일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방아쇠'가 될 공적연금 강화 관련 사회적기구 구성안에 잠정 합의한 것이다.
사회적기구 구성을 위한 국회 규칙안의 표현을 놓고 여야가 맞섰던 게 공무원연금 개혁의 발목을 잡았던 만큼, 이날 조·강 의원이 마련한 규칙안 초안이 각 당에서 수용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은 다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이날 조·강 의원이 발표한 합의문에는 규칙안 초안의 내용까지 공개되진 않았다. 당내 추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규칙안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라는 수치를 못박을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이 확고하고, 새정치연합에서도 수치 명기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이 표현은 삭제됐거나 근본적으로 수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조·강 의원이 내놓은 규칙안 초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당이 각각 최고위원들에게 보고하고 오는 25~26일께 규칙안이 확정되면 원내대표간 협상과 의원총회 등을 거쳐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주말까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해 정당성을 부여하겠다는 계산도 섞었다.
사회적기구 구성 규칙안 통과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있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본회의 동시 처리로 직결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조 의원으로부터 규칙안 초안을 보고받고 나서 '의총과 최고위 통과는 다 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 문제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초안을 좀 더 다듬기로 했다"면서도 "고민을 해서 절충안을 만든 거니까 어지간하면 그 방향으로 존중해서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에서 여야 협상의 '전권'을 쥔 강 의원 역시 "변경 가능한 초안이지만, 그 초안이 지켜지는 게 좋겠다"고 언급했다.
물론 규칙안 초안 합의만 놓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섣불리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강 의원의 추가 협상, 각당 최고위원회의 보고, 양당 원내대표 협상 및 의총 등 28일 본회의 전까지 넘어야 하는 여러 관문에서 한 걸음이라도 삐끗하면 5월 임시국회 처리는 무산될 수 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셈이다.
특히 여야가 당 안팎의 강경론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는 지적이 부담이다. "주어진 여건 속에 최선의 안"이라는 데 지난 15일 당·정·청 고위급 회동에서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사흘 뒤 사퇴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언급대로 개혁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지난 6일 의총에서 소득대체율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발도 다독여야 한다.
새정치연합으로선 반대로 소득대체율 명기를 고수해야 한다는 강성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난제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는 건 결코 세금폭탄이 아니다. 국민이 받는 연금이 4분의 1 올라간다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부자 증세'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공무원 노조들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노조는 앞서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던 만큼 노조의 반응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4월 국회에 이어 5월 국회마저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여야 모두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5월 국회 처리까지 무산되면 공무원연금개혁 추진동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현 정부에서 연금 개혁을 다시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유 원내대표는 28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두 번 깨질 순 없지 않느냐"며 이번엔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28일 예정된 본회의에 반드시 참석하해 주시기 바란다"며 "해외 일정이나 지역 일정이 예정된 의원님께서는 반드시 일자를 조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강 의원도 "(공적연금 관련) 국회 특위와 사회적기구 구성,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 3가지 안건이 28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도록 열심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 급물살?” 여야 강경파 설득 주요 변수
입력 2015-05-2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