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엔 ‘진짜 백수오’가 건강기능식품으로서 효능을 갖고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년 전 백수오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짜 백수오마저 부적절한 건강기능식품으로 밝혀질 경우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 있다.
◇“진짜 백수오도 효능 검증 안돼”=대한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는 지난 19일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뿐 아니라 (진짜인) 백수오의 갱년기(폐경기) 증상 완화 효능도 임상적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동안 나온 백수오 관련 국내외 논문을 검색했다. 이 가운데 인체 효과를 임상시험을 한 것은 국내 학술지에 1건, 국제 학술지에 1건 등 2건뿐이었다.
위원회는 논문 검증 결과, 갱년기 증상에 관한 백수오 효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두 논문의 임상시험에서 백수오뿐 아니라 당귀, 각종 비타민제, 이소플라본 등 여러 성분이 (시료에) 함께 들어 있어 백수오 단독으로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 대상자 수가 적어 통계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점도 꼬집었다.
논문 검증작업에는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 등 의대 교수 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연구 결과와 이해관계가 있는 내츄럴엔도텍의 관계자가 두 논문에 다 공동저자로 참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석연찮은 건강기능식품 인정 과정=대한가정의학회 발표는 진짜 백수오도 건강기능식품으로 부적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식약처는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백수오를 건강기능식품이라고 인정했을까.
20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텍은 2008년 식약처에 백수오를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정’은 2년여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 3월 23일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원료 심의위원회의에서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에 대해 ‘보완’ 판정을 내렸다. 당시 심의위원 8명 가운데 7명이 백수오의 지표 성분인 신남산(cinnamic acid)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공 과정에서 파괴되거나 양이 줄어 해당 성분을 매번 얻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한 달여 뒤 식약처는 백수오를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인정한다. 그 사이 심의위는 열리지 않았다. 식약처는 “업체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보니 심의위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된 부분이 상당 부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회의를 다시 열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자료 공개 어렵다”=식약처는 심의위가 의결 권한이 없는 자문기구이고 건강기능식품 인정은 식약처장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자문기구 의견을 꼭 따라야 하는 게 아니므로 규정을 어긴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어떤 내용의 자료를 받아 심의위 지적을 보완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외부 전문가 다수가 반대한 일을 자체 진행했으면서 근거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식약처는 국회의 해당 자료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의 자료가 아니라 업체의 자료이며, 특허 등과 관련된 영업비밀이 담겨 있어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료를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백수오 논란’이 정리된다고 본다. 만에 하나라도 백수오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과학적 사실 외에 다른 요인이 개입됐다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백수오 제품은 지난해 301건의 부작용이 신고됐다. 부작용이 어떤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아직 정확한 역학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진짜 백수오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건강기능식품 제도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명승권 교수는 “지금은 임상시험 논문이 1편만 있거나 임상시험이 미흡해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면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백수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도 “건강기능식품에서 치료 효과까지 기대하는 소비자의 심리와 정부제도 사이의 괴리를 이번에 확인했다”면서 “건강기능식품의 정의에서부터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백수오 논쟁 2라운드, 이번엔 진짜 백수오 논란
입력 2015-05-20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