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방해된다고 청소노동자 현수막 강제 철거… 서울여대 총학의 위엄

입력 2015-05-20 17:11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을 강제 철거한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총학생회는 “학교 축제에 방해 된다”며 임금인상·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청소노동자들이 교내에 설치한 현수막 등을 밤 사이 철거했다. 네티즌들은 어이없어 했다. “소위 지성인들이 자기들 노는데 방해된다고 생계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짓밟은 것”이며 비판을 쏟아냈다.

20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여대 본관 앞에 노조의 현수막 10여개 등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들이 쌓여있었다. 밤새 총학생회가 직접 철거해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봉지에는 ‘2015년 서랑제를 위해 현수막과 조각들을 철거했다. 학생들에게 1년에 단 한 번 뿐인 축제를 위해 자진철거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총학생회 명의의 메모도 붙어있었다.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8일 청소용역업체에 요청한 현수막 철거가 이뤄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직접 철거에 나섰다”며 “교내 학우와 더불어 지역사회, 그리고 타 학교생들과의 교류의 장이 되는 서랑제에서 보다 나은 축제 환경조성을 위해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경지부 관계자는 “1년에 단 한 번 뿐인 축제를 예쁘게 치르고 싶다는 학생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래서 축제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학교 측에 약속했는데 이렇게 한 마디도 없이 철거가 이뤄져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임금인상·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 본관 1층 로비에서 단식 등 농성에 돌입했다.

네티즌들은 서울여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글과 현수막 담은 검정 비닐봉지 사진 등을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나르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수막이 지저분한 천조각과 쓰레기로 보였을지 몰라도 시위하는 분들은 그것조차 당신 월급 쪼개고 쪼개서 산 것들이다” “청소노동자들이 감사 대자보를 붙인 연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역시 명문은 학생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불쾌해했다.

서울여대 학생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파업 때문에 학생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댓글에서 “화장실을 더럽히고 로비에서 악취를 풍기고 잔디밭과 길에 쓰레기를 뿌려 저렇게 한거다”며 총학생회를 옹호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