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40%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환자 국내 첫 확인…바레인 체류하다 귀국 60대

입력 2015-05-20 16:30 수정 2015-05-20 16:47
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개념도. 서울아산병원 제공

치사율이 40%에 달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에 감염된 한국인 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은 38도 이상 발열, 기침과 가슴통증, 호흡 곤란,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다. 급속한 신장 기능 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2003년 발병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신장 기능 이상에 의한 급성신부전증이 나타나는 게 다르다. 사스보다 치사율은 높고 전염성은 낮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까지 주로 중동지역 국가에서 114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465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40.7%나 된다.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보건당국은 의료진과 가족 등 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중심으로 추가 감염자 발생 여부 조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일 중동지역에 다녀온 68세 남성 A씨가 중동호흡기질환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4월 중순부터 바레인에 체류하면서 농작물 재배관련 일에 종사하다가 이달 4일 카타르를 거쳐 귀국했다.

귀국 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을 호소해 발병이 확인됐으며 현재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의 건강 상황은 생명이 위급한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은 과거에는 사람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인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감염으로 인한 중증급성호흡기 질환이다. 대개 7~14일 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을 공중보건위기 대상 감염병으로 정하고 있지만 지난 2월 현 상황이 국가 간 여행, 교역, 수송 등을 제한할 사항은 아니라는 공식 평가를 내 놓은 바 있다.

질본은 A씨 감염 사실이 확인되자 이 질병에 대한 관리체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시키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또 중동지역 입국자 모두에 대해 게이트 발열감시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검역을 강화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감염 경로로 지목되는 낙타와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체류한 바레인은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국가이며 입국 과정에서 경유한 카타르 역시 최근 2개월간 환자 발생이 없었다.

질본은 A씨가 외래와 입원 등을 통해 그동안 방문했던 병원 3곳의 의료진과 가족 등 접촉자에 대한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나 현재까지는 추가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A씨를 간병하는 부인에게서 경증의 호흡기 증상이 있어서 추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유입이 의심되는 국가에 대해서도 전수 검역을 즉각 시행하고 있는 만큼 일반 국민에게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평균 교수는 “사우디 등지에서 병원내 감염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독감처럼 잘 퍼지는 질병이 아니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도 국내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 않고 해외에서 감염돼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반인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