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새벽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취소한 데 이어 ‘핵탄두 소형화’까지 공식 주장하면서 남북관계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향후 수년간 관계 개선은 꿈도 못 꾸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줄을 잇는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대변인 성명에서 “우리의 핵 타격 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다종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라고 밝혔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대해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에 따른 우리 군대와 인민의 자위력 강화 조치의 일환이며 전략적 타격 수단 개발의 새로운 높은 단계”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핵탄두의 소형화 및 정밀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의 방북을 전격 불허한 지 수 시간 만에 내놓은 주장이어서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유엔의 수장인 반 총장에 대한 비난 메시지로 보인다. 대북 비료지원과 6·15, 8·15 남북공동행사 사전접촉 승인 등 5·24 대북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데 이어, 반 총장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하려던 우리 정부의 기대에 연이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북한은 최근에도 SLBM 시험 및 서해상에서의 야간 포 사격 훈련 등 한·미 합동군사훈련으로 고조됐던 긴장감을 낮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보내왔다. 올해 초부터 이어온 개성공단 임금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해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 실현을 눈앞에 둔 듯 했던 6·15, 8·15 공동행사에도 ‘어깃장’을 놨다.
반 총장이 개성공단 방문을 발표한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그의 방북을 계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소될 중요한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사실상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희망’마저도 북측의 돌발 행동으로 무산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실망감이 높다. 외교·안보 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북측의 변덕으로 허사가 됐다”는 아쉬움이 역력하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반 총장의 방문 허가를 철회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은 고립에서 나와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의 길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일찍부터 예견됐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 총장의 방북으로도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없을 만큼 그동안 남북관계가 엄중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은 “당초 북한은 반 총장 방문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개선에 나서는 한편, 그를 ‘보험’으로 삼아 유엔의 지원을 얻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그의 방북으로 도리어 개성공단 임금인상과 핵·미사일 도발 등 각종 문제점만 국제사회에 이슈화돼 역효과만 낳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반기문 방북 번복]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반도… “남북화해 미래가 없다”
입력 2015-05-20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