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한국 발레계의 ‘빅3’가 5월 말부터 한달 사이에 약속이나 한 듯 잇따라 공연을 올린다. 고전부터 모던, 컨템포러리까지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우선 ‘빅3’의 맏이로 한국 발레를 대표하는 국립발레단은 오는 29~31일 국립극장에서 ‘교향곡 7번’과 ‘봄의 제전’을 펼친다. 유명 안무가 우베 숄츠와 글렌 테틀리가 각각 베토벤과 스트라빈스키의 동명 음악을 가지고 만든 두 작품은 강수진 단장이 활약했던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단골 레퍼토리다. 고전발레 위주의 보수적인 레퍼토리를 주로 공연하던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만 초연의 경우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모던발레나 컨템포러리발레에 익숙지 않았던 만큼 작품의 완성도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7개월만의 재공연에서는 한층 무르익은 해석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발레시어터는 다음달 5~6일 LG아트센터 무대에 ‘RAGE(분노)’를 올린다.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필립 글래스와 존 애덤스 등 미니멀리즘 음악에 맞춰 안무한 창작 모던발레다. 현대사회에 대한 분노와 살아남기 위해 질주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몸으로 그려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서울발레시어터 20주년을 기념해 앙코르 공연된다. 특히 현대사회의 다양한 인간군상 안에 ‘처절한 몸부림’ ‘외면 받는 순수한 사랑’ 등 2개 장면을 추가해 작품의 연결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6월 13~17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그램 머피의 지젤’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외 안무가의 유명 작품 라이선스를 구입해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안무를 의뢰한 ‘세계 초연작’이기 때문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안무가 그램 머피는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에서 안무를 맡아 잘 알려져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호주 발레단에서 ‘백조의 호수’를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야기로 새롭게 해석한 머피의 작품을 보고 안무를 의뢰했다.
머피의 손에서 재탄생되는 컨템포러리발레 ‘지젤’은 순박한 시골 처녀 지젤이 귀족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을 나눈 뒤 배신당한다는 동명 고전발레의 기본 줄거리와 비슷하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무녀의 딸 지젤이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에서 온 남자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고전발레와 비교해 지젤 부모님과 윌리(처녀귀신) 여왕 미르타의 악연이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로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머피는 원작 고전발레의 유명 음악을 쓰는 대신 아예 새로운 음악을 사용하는 모험을 택했다. 음악은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 등에서 함께 작업했던 유명 작곡가 크리스토퍼 고든이 맡았다. 고든은 고전발레 ‘지젤’의 선율 2개 정도만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레 잔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6월 24~28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다.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으로 거의 매년 공연되는 레퍼토리다. 올해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노 프리드만 보겔이 지그프리트 왕자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한국 발레계 빅3 가 펼치는 '발레 잔치'…고전부터 모던까지 진수성찬
입력 2015-05-20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