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풀무원 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설 모양새다.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의료인이 면허를 박탈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자, 식품 대기업인 풀무원이 때 아닌 보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풀무원의 설립자다.
원 의원의 개정 법률안에 대해 일부 의사들은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가정하고 면허박탈을 거론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의사들 사이에 풀무원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의사가 진료 중 성범죄와 관련해 벌금형만 받아도 면허가 취소되는 법안을 발의한 원 의원이 풀무원의 창업주이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노 전 회장은 “노래방에서 함께 춤을 춘 사람이 의사라는 사실을 알아낸 노래방 주인이 ‘허리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는 이유로 의사를 고소하고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일도 일어났고, 진찰 도중 의사의 성기가 자신의 무릎에 닿았다고 환자가 의사를 고소하는 일도 일어났다”며 법안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의사들은 “의사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있다”는 노 전 협회장의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풀무원식품은 우리 집에서 퇴출”이라는 댓글을 달며 불매운동 의사를 나타냈다. 이 글은 어느덧 500건 이상의 ‘좋아요’를 얻었다.
풀무원 측은 “원 의원이 원경선 풀무원농장 창업주의 장남이자, 풀무원의 창업주인 것은 맞지만 20여년 전인 1996년 풀무원의 지분을 모두 정리했기 때문에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 의원은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직접 다루므로 사회적으로 엄격한 수준의 도덕적, 윤리적 책임이 요구된다”며 “최근 의사가 마취상태 환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의료인의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우리가 성범죄자?” 의사들, 풀무원 불매운동 나서
입력 2015-05-20 15:33 수정 2015-05-20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