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바르는 여학생들 말고 남학생들 뽑아라.”
박용성(75) 전 중앙대 이사장이 2015 대입 특정학부 수시모집 전형에서 이같은 지시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일 한겨레신문이 당시 평가위원들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는데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성차별은 물론 대입전형의 기본 골격인 ‘입학사정관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입학처장이었던 A교수는 경영경제계열 지식경영학부 수시모집 면접 당일 평가위원과 입학사정관들에게 이사장 지시라면서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입학하면 뭐하냐. 졸업 뒤에 학교에 기부금도 내고 재단에 도움이 될 남학생들을 뽑으라”고 전했다고 한다.
실제 평가위원들은 “지난 9월 서류평가가 시작되면서부터 이런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평가에 참가한 한 입학사정관은 “성비 조정 이야기를 듣고 현실도 모르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대체 누가했느냐고 따졌다가 이사장님 지시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다른 평가 교수도 “그 말을 듣고 교수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더니 입학처장이 언짢아했다“며 ”부끄러운 얘기지만 남학생들 점수를 좀 더 후하게 준 것은 맞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입학사정관도 “서류 평가에서 60점 미만이면 탈락시키는 암묵적 기준이 있었는데 남학생들은 면접이라도 보게 해주자는 마음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의 ‘지시’를 따랐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중앙대는 “이용구 총장이 박 전 이사장한테서 ‘지식경영학부가 모집정원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지원율이 낮으니 지원을 활성화시키도록 노력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은 받았지만 남학생을 많이 뽑으라는 지시를 받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입학처장인 A교수도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전달한 적도 없다”며 “어차피 여자 지원자가 대부분인데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한편, 박 전 이사장이 남녀 성비를 조정하라고 지시했다는 전형은 지식경영학부의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 이 전형은 특성화고 졸업 후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는데 은행?증권사?경리 등으로 근무한 여성들의 지원이 많은 것으로 전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분 바르는 여학생 말고 돈되는 남학생들 뽑아라”… 박용성 입학 전형도 관여?
입력 2015-05-20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