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진 뒤 국부에 심한 통증과 염증이 나타난다면?
여성은 십중팔구 남성의 외도를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정액 알레르기(semen allergy)’라는 다소 생소한 증상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 파트너의 정액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으며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개 국부가 가렵거나 화끈거리는 등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킬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 기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셰필드에 사는 마리 쿠더버트슨씨(가명·50)는 30대부터 남편(49)과 부부관계 직후 국부에 엄청난 통증과 염증에 시달려 왔다.
주치의들은 “성병 증상인 것 같다. 남편의 외도가 의심된다”며 항생제만 처방하곤 했다. 마리는 유독 관계 직후 통증과 염증이 더 심해지자 성병 감염이 아니라 그녀가 성행위 자체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임을 직감했다.
그러다 10여년 전 새로운 주치의는 “정액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며 비뇨생식기 클리닉에 의뢰했다. 의사는 “남편 정액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콘돔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리는 남편과 콘돔 사용을 원치 않아 고스란히 고통을 감내했다고 한다.
정액 알레르기는 드물다고 여겨지지만 사실상은 여성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되고 있다.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학 재생의학 강사인 마이클 캐롤은 “정액 알레르기가 피부 증상이나 성병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의사들도 종종 오진한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은 정액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는데 아직은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상대 남성이 성관계 전에 먹거나 마신 음식 또는 복용한 약물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 음식이나 약물의 작은 분자가 정액에 스며들어 성관계 중 여성의 성기에 자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만한 음식과 약물로 호두, 콜라, 페니실린 같은 것이 꼽힌다.
또 정액 자체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경우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이 정액에 들어가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펫(개) 알레르기나 가족력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피부과 의사인 하인즈 코플러는 25살 여성이 콘돔없이 섹스 뒤, 눈꺼풀이 붓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으며 호흡 곤란을 겪었다고 최근 보고했다.
닥터 코플러의 테스트는 그녀가 정액과 개비늘에 민감하다는 걸 보여줬다. 특히 여성은 수놈 개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확신했다. 닥터 코플러는 “개비늘 안에 든 알러젠(항원)은 화학적으로 인간 전립선 특이 항원(정액에서 발견된)과 비슷하다. 그래서 면역 시스템이 두 개를 혼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 의사들은 정액 알레르기 여성을 도울 방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정액 알레르기는 여성 뿐 아니라 드물게 남자들도 자신의 정액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지난 3월 보고된 사례 하나. 한 중국 남성이 자신의 정액에 노출된 뒤 피부 두드러기가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정액 알레르기' 아세요? 심하면 생명 위협 쇼크 올 수도
입력 2015-05-20 03:13 수정 2015-05-20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