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30)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았던 이유를 뒤늦게 밝혔다. 18일 밤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 세 번째 편에서다.
소치동계올림픽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국적을 바꾸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안현수는 다시 국제제전에 출전한 기쁨과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복잡한 마음이었다. 안현수는 “한국 선수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한국 선수들이 주눅 들어 경기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한국 언론과는) 인터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다. 그러나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대표팀의 오랜 파벌 싸움과 2010년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단 등으로 암흑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엇갈린 여론에 휘말려 포화를 맞고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지난해 2월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500m, 10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남자 1500m 동메달도 수확했다. 반면 우리나라 남자 쇼트트랙대표팀은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안현수에겐 애증의 모국에 안긴 가장 완벽한 설욕이었다.
안현수가 첫 번째 메달을 목에 건 순간부터 우리나라 쇼트트랙은 십자포화를 맞았다. “안현수가 러시아에 안긴 메달은 우리가 빼앗긴 것이 아니라 놓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안현수의 파벌 싸움 과정에서 맞은편에 있었던 일부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비난이 빗발쳤다.
안현수는 “실제로 우리(자신과 한국 선수들)는 사이가 좋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경쟁을 통해 한 단계씩 성장했다”며 “(국적 변경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른 나라 국기를 달고 타도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휴먼다큐 사랑’에서 우리나라 쇼트트랙의 파벌 싸움과 자신의 러시아 귀화,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우리나라로 전해지지 않았던 러시아에서의 일상과 결혼생활을 말했다. ‘휴먼다큐 사랑’은 MBC가 부부나 연인의 사랑을 주제로 2006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안현수와 아내 우나리(31)씨는 열 번째 주인공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안현수 “애들아 미안해”… 한국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던 이유
입력 2015-05-19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