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주한미군 배치 기정사실화… 남은 건 한국 정부의 직접 구매 문제

입력 2015-05-19 20:40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배치를 놓고 우리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해옴에 따라,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사실상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를 둘러싼 비용 부담 문제와 외교적 마찰 등 국내·외의 격렬한 논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미국은 주한미군사령부를 통해 사드 배치 후보지 5곳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바 있다. 유력한 배치 후보지로는 2016년까지 주한미군의 90%가 주둔하게 되는 평택 및 후방의 대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드 포대 1개는 발사대 6기와 미사일 72발, 레이더, 통제소 등으로 구성된다. 포대 1개를 구성하는 데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한반도에 3개 포대가 배치된다면 최대 6조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에 사드 포대를 총 7개 주문했으며, 4개가 자국 내에 배치가 완료됐다. 5번째 포대는 올해 하반기 미 육군에 인도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6, 7번째 포대가 납품된다. 미국 정부는 이 중 일부를 미군기지가 있는 한국과 일본 등 해외에 배치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미군 부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도입하더라도 미국이 배치 및 유지비에 대해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비용 부담 주체와 부지 제공 문제 등의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면 국내에서 사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과 군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려면 사드가 필수적이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만 들 뿐, 대북 억지력은 의심스럽고 주변국의 거센 반발만 유발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국방 전문가는 19일 “록히드마틴의 발표를 믿고 사드 명중률을 80%로 본다고 해도 사드 1개 포대가 요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50~60개 정도”라며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1000여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3개 포대를 도입해도 요격 가능한 건 많아봤자 180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로 빚어지는 외교적 마찰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이에 수반되는 X-밴드 레이더의 감시 범위가 중국 및 러시아 영토까지 포괄할 것으로 알려져, 이들 국가는 사드 도입 논란 초기부터 격렬한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