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 한국 태권도, 리우올림픽 금메달 전선 ‘흔들흔들’

입력 2015-05-19 16:07
한국 태권도가 2015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부진을 거듭,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메달 전망을 어둡게 했다.

한국은 19일(한국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끝난 대회에 남녀 8체급씩, 16개 전 체급에 선수를 내보냈으나 금메달 4개, 동메달 1개에 그쳐 실망감을 안겼다. 다만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여자부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 태국과 터키(이상 금1·은1·동1)를 제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49㎏급 하민아(경희대)를 시작으로 53㎏급 임금별(전남체고), 73㎏급 오혜리(춘천시청)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남자부는 54㎏급에서 대회 2연패를 이룬 김태훈(동아대)이 이번 대회 유일한 금메달을 땄고, 68㎏급의 신동윤(한국체대)이 동메달을 하나 보태 종합 4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남자부는 경주에서 열린 2011년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 이란(금3·은1·동2)에 대회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가 2013년 푸에블라 대회에서 1위(금3·은1·동1)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란(금3·동1)과 러시아(은2·동3)는 물론 우즈베키스탄(금1·은2)에도 종합 점수에서 밀려 4위로 처졌다.

한국 태권도는 종주국이라는 자만심에 사로 잡혀 대회 준비가 소홀했다. 대표팀 감독은 여전히 시·도 전무이사와 협회 임원이 국제대회마다 번갈아 맡고 있다. 훈련 때 감독과 대회 때 감독이 다른 것이다. 라이벌 국가들과 달리 상대 국가 선수들의 정보 수집에도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영국이 카메라 12대를 준비해 기본 5개 코트를 모두 촬영하고, 우수선수의 주특기 발차기를 별도로 촬영 분석을 하고 있었지만 한국은 협회 임원이 간단한 메모정도의 정보수집에 그쳤다. 일본이 철저한 정보 수집과 분석으로 42년 만에 첫 금메달을 따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전자 헤드기어도 불안정을 노출해 내년 올림픽 채택을 앞두고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헤드기어는 심판이 부여했던 머리공격 득점(3점)을 자동 채점할 수 있어 판정시비를 원천 봉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머리 발차기를 시도하지도 않았는데 난데없이 3점이 올라가거나 공격 수초 뒤 득점이 되는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대회 기간 전자호구 관련 자유 토론회에서도 “불완전한 헤드기어를 왜 올림픽에 쓰려하느냐”는 불만이 속출했지만 세계연맹측은 당초 계획대로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