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 삶 남수단 교과서에 실린다

입력 2015-05-19 12:45
오랜 내전 때문에 살육과 증오로 얼룩진 수단의 소년병 출신 어린이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여주고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깨닫게 해 준 고(故) 이태석 신부가 있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사제로서 봉사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이 신부는 신학교를 마친 뒤 아프리카 선교를 지원했다. 내전의 고통과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남수단의 톤즈 마을에 2001년 정착했다. 움막 진료실을 짓고 밤낮으로 환자를 돌봤고, 아이들과 함께 톤즈강 모래를 퍼다 학교도 지어 직접 가르쳤다. 35인조 브라스밴드를 만들어 전쟁으로 얼룩진 땅에 예술의 향기가 감돌도록 힘쓰기도 했다.

이곳의 유일한 의사였던 이 신부는 현지에서 ‘쫄리’(John Lee)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불렸다. ‘수단의 슈바이처’라는 영예로운 별칭도 있다.

그러나 2008년 휴가차 한국에 들렀다가 대장암 판정을 받은 그는 투병 끝에 48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신부의 헌신적인 삶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로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이런 이 신부의 삶이 남(南)수단의 교과서에 소개된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남수단 정부는 2016년 발간될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이 신부의 삶을 싣기로 하고 관련 내용을 한국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21일까지 인천 송도 열리는 2015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내한한 남수단 교육부의 존 가이 요 장관 일행은 20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양자면담을 통해 이 같은 남수단 정부의 계획을 설명할 계획이다.

수단은 아랍계가 지배하는 북수단과 원주민이 사는 남수단이 1983년부터 내전을 벌이면서 2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내전 종료와 함께 맺어진 평화협정 시기를 거쳐 남수단은 2011년 7월 국민투표를 통해 수단에서 독립했다.

오랜 내전을 겪은데다 분리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국인 탓에 제대로 된 교과서도 없이 외국 도서 등에 의존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이 이뤄져 왔다. 분리독립 후 정부가 처음으로 자체 발간하는 국정 교과서에 이 신부의 이야기가 실리는 셈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