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5·18 어느 신문사의 사직서

입력 2015-05-18 21:36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년 5월20일 전남매일신문기자 일동.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당시 한 신문사의 사직서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사직서 사진이 올라와 많은 네티즌들은 “잊으면 안됩니다”라며 숙연해했다.

1980년 5월20일 20일 전남매일 신문 기자들은 신문 검열을 거부하고 18, 19일 광주의 학살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아 조판 제작까지 마쳤지만 신문은 발행되지 못했다. 이에 기자들은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는 내용의 공동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전남매일신문의 ‘18, 19일 이틀 동안 계엄군에 학생, 시민 피투성이로 끌려가 / 민주화 부르짖다 숨지고 중태’ 1면 톱기사 등 조판을 마친 지면이 군부의 압력을 받은 임직원들에 의해 엎어지면서 신문에 실리지 못했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두 남녀가 전남도청으로 붙잡혀 가는 사진과 진압군에게 머리를 맞아 쓰러진 시민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진도 보도되지 못했다.

이에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은 “진실을 보도하지 못하는 기자는 더 이상 신문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공동사직서를 던졌다.

이 게시물을 본 네티즌들은 “코 끝이 찡해지네요” “붓쟁이의 표본이로다” “부끄러움을 아는 거 그게 참 쉽지 않은 거 같아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당시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