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간 뇌상 상태로 있던 아루나 라마찬드라 샨바우라는 이름의 한 인도 여성 간호사가 18일(현지시간) 아침 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녀의 비극적 삶과 함께, 안락사 문제가 인도에서 다시 조명되고 있다고 힌두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샨바우는 25세 때인 1973년 뭄바이의 킹 에드워드 메모리얼병원(KEM)에서 간호사로 일했었다. 머지 않아 한 의사와 결혼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엄청난 비극이 찾아왔다.
샨바우가 병원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위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던 중 병원의 남자 청소부가 몰래 들어와 그녀를 강간한 것이다. 강간범은 그녀의 목을 개 목줄로 조인 채 범행했고, 그 과정에서 샨바우는 뇌사 상태가 됐다.
샨바우는 이튿날에서야 병원에서 발견됐다. 이후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노력으로 그녀는 뇌사상태로 보살핌을 받았다. 하지만 수십년을 그렇게 지내야 했다. 나중에는 가족들이나 친지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이를 보다 못한 그녀의 지인들과 병원 당국에 안락사를 신청했지만 정부가 허락해주지 않았고, 2011년에는 대법원도 안락사를 해선 안된다고 최종 판결했다. 샨바우 사건을 계기로 인도에서는 안락사 논쟁이 한동안 계속됐다. 나중에 재판부는 ‘소극적인 안락사’는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무려 42년 간의 뇌사상태. 25세 앳된 간호사가 42년 간의 침대생활 끝에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안락사를 통해 품위 있게 일찍 삶을 마감하는 게 나았던 것인지, 그래도 살아 있었던 게 나았던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간에 꿈많던 25세 그녀의 삶이 그렇게 안타깝게 짓밟혔고, 42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안타깝긴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42년간 뇌사 상태이던 인도의 간호사, 결국 안타깝게 눈을 감다
입력 2015-05-18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