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연금 脫정치화 없이 개혁도 없다

입력 2015-05-18 16:52
공무원연금 개혁이 점점 꼬여가고 있다. 여야가 내년 총선의 표 계산과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이리저리 꼼수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이 개혁이지 정치 싸움의 흥정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부결된 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명시'를 마치 금과옥조마냥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못을 박았었다. 그러더니 강기정 정책위원장이 ’법인세 정상화‘라는 말로 법인세 인상을 슬쩍 공무원연금과 엮었다. 이번에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초연금 강화론을 들고 나왔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자 이를 우회하고 공적연금 강화라는 취지에 꿰맞추기 위해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무슨 전제 조건을 달아 성취할 정책이 아니다. 수 조원 적자를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구조를 바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미래세대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한 당위성을 가진 개혁 정책이다. 이를 교묘히 이용해 다른 정치적 이익까지 보겠다는 것은 저급한 꼼수에 불과하다. 공무원노조나 일부 진보 진영의 의견만 반영하는 것이지 전체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한심한 정치다. 게다가 합리적이고 신중한 당내 논의 없이 중구난방으로 의견을 내니 어지러울 따름이다.

한심하기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당정청이 지난 주말 모여 기껏 합의한 게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원안 통과다. 여론의 대부분은 개혁안 자체가 개혁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 안대로 하면 연금 적자가 조금 줄어들기는 하나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규모가 6년 뒤면 현재와 다시 같아진다. 게다가 여당은 부결 이후 협상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 같은 야당의 출구전략을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한때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니 책임 있는 여당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법인세 인상이나 공적연금 강화 방안은 찬성 의견도 적지 않고 당위성도 있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또는 사회적 타협기구를 만들어서 별도로 논의해야 할 의제들이다. 무한 책임을 져야할 여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니 개혁 정책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탈(脫)정치화시켜야 한다.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 방안은 정략적으로 이용할 대상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의 우리 삶과 최소한의 가계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이것 끼어 넣고 저것 양보하는 정치의 흥정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 정부가 제시한 4대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내용보다는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합의 통과에 집착하는 여당이나, 국민 전체보다는 노조 등 일부 지지 세력만 대변하는 야당이라면 모두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