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여 만에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첫 번째 방문 때보다 훨씬 더 바쁜 ‘정신없는’ 1박2일을 서울에서 보냈다. 전날 밤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온데다 18일에도 아침부터 박근혜 대통령 예방,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고려대 특별강연 등으로 잠시도 짬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리 장관은 2013년 방한 당시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골목통을 찾아 궁중떡볶이를 사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여유’를 전혀 부릴 수가 없었다. 그는 윤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외교부청사에서 곧바로 공동 기자회견을 해야 했고, 마치자마자 한 시간 가량 휴식만 갖고 고려대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중후한 낮은 음의 목소리로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북한 김정은정권의 핵무기 개발과 도발 위협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에 대해 얘기할 때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숙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대북·대일 문제와 박근혜 대통령의 6월 방미, 경제협력 문제 등 양국간 현안 전반을 아우르면서도, 지난 3월 민화협 행사에 참석했다 흉기테러를 당했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해서도 안부까지 챙겼다. 그는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리퍼트 대사가 끔찍한 공격을 당한 이후 처음 그를 찾아 얼굴을 봤다”며 “한국민이 리퍼트 대사에게 많은 도움과 보살핌을 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리퍼트 대사는 업무에 차질 없이 복귀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 특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미·일 신밀월’과 이에 따른 한·미 동맹 약화 우려를 의식한 듯 “추호도, 전혀 미국과 한국 간에는 이견이 없다”는 말을 거듭 했다. 북한·북핵 문제는 물론, 한·미 동맹과 제반 협력 분야에서도 양국 간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한·미 외교회담] 케리 장관, 빡빡한 일정에 ‘정신없는’ 한국의 1박2일
입력 2015-05-18 21:54